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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강재민이 안이서의 작업실을 나섰을 때는 이미 새벽 두 시였다. 주머니 속 휴대폰이 한참 동안 진동하고 있었지만 강재민은 한참이 지나서야 지친 얼굴로 꺼내 들었다. 화면에는 신지은의 문자, 그리고 읽지 않은 음성 메시지 두 개가 떠 있었다. 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무의식적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이내 들리는 신지은의 목소리는 또렷했고 차분했으며 이상할 정도로 차가웠다. 그녀의 목소리는 고요한 새벽 거리의 공기를 가르며 곧장 강재민의 고막을 강타했다. ‘교통사고 이후에 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었다고?’ 곧, 화면이 어두워졌지만 강재민은 멍해졌고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다 들었다고?’ 마지막 그 말들은 마치 날카로운 얼음조각처럼 그의 흐릿한 정신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모든 소리라면 병실에서 이서에게 했던 말들인가? 아니면 어젯밤 거실에서 이서가 일부러 내뱉던 도발적인 말? 그것도 아니면 엄마랑 했던 통화?’ 그는 온몸의 피가 한순간에 얼어붙는 것 같아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은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몇 번을 다시 걸어도 같았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문자를 보냈지만 차단당했다는 글이 화면에 선명하게 나타났다. 강재민은 휴대폰을 움켜쥔 채 텅 빈 거리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리고 이유도 모를 공포가 목을 조르듯 휘감았다. 그는 급히 택시를 잡아 이제는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주소를 불렀다. “나도 같이 갈게.” 그러자 안이서가 뒤따라 뛰어나와 말릴 틈도 없이 택시에 올라탔다. 임대 아파트 안은 겉보기엔 그대로였지만 곳곳이 달라져 있었다. 게다가 신지은의 흔적이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옷장은 반이나 비어 있었고 칫솔은 하나 줄었으며 그녀가 자주 끌어안고 멍하니 앉아 있던 낡은 쿠션도 사라졌다. 테이블 위에는 신지은이 쓰던 컵이 놓여 있었고 아래에는 수도세와 전기세 요금 완납 영수증과 열쇠 한 개가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이 집을 떠났다. 안이서는 집 안을 둘러보다가 만족한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강재민에게 말했다. “차라리 잘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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