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43장
황보도윤의 성격으로 뭔가를 숨기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의 질문에 결국 마음속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지아 씨는 좋은 여자야. 네가 지아 씨를 대역으로 삼으려는 거면 더는 접근하지 않는 게 좋겠어.”
“너 다 알고 있구나.”
고현진은 놀란 티를 내지 않고 아침을 계속 먹었지만 내심 황보도윤의 경고에 짜증이 났다.
“어젯밤에 무엇을 듣고 보았든 잊어줬으면 좋겠어.”
그는 지아를 대역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서는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자신조차도 도대체 지아를 좋아하는 건지, 그녀를 라영의 대역으로 삼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유일하게 확실한 건 그는 지아의 강인한 성격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라영이는 착하고 부드러우며, 정서가 안정되고 비겁하지 않아 가시 돋친 들장미 같았지만 지아는 해맑고 생명력 넘치는 해바라기 같았다.
두 사람의 얼굴은 비록 비슷한 점이 있지만 성격은 천차만별이다.
이 점을 그는 아주 분명하게 구분했다.
“나와 라영이는 가족이야. 누가 뭐래도 나는 라영이의 오빠야.”
이 말은 황보도윤에게 한 말이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
“아줌마가 너더러 돌아가라고 하는데 언제 갈 거야?”
황보도윤은 일어나서 스위트룸의 술장 옆으로 가서 이 술들의 브랜드와 연도를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 마지막으로 햇수가 비교적 오래되고 맛이 순한 포도주 한 병을 골랐다.
고현진은 그를 힐끗 훑어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황보도윤의 행동을 묵인했다.
“오후에 갈 거야.”
황보도윤은 고른 술을 손에 들고 문 쪽으로 곧장 걸어갔다.
“넌 요즘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겠어. 쉽게 취할 거야. 그래도 정신을 좀 차려야 하지 않겠어?”
말을 마친 그는 호텔을 떠났다.
고현진은 미간을 비비며 어젯밤 술을 좀 세게 마셨더니 아직도 머리가 아프다고 생각했다.
그는 어젯밤에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지만 마음이 찢어진 것처럼 아팠다는 것만 기억했다.
고현진의 어머니는 특별히 그에게 일찍 도착하라고 비행기 표를 예약해 주었다.
그는 꾸물거리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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