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4장

성훈이 전례없는 압력에 짓눌려 말을 더듬었다. “어르신, 도련님이 그러시는 건......” “아유 답답해! 얼른 좀 말해! 빠져나갈 이상한 궁리 좀 하지 말고!” 어차피 언젠간 알게 될거라고 생각한 성훈이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 운을 뗐다. “그게......연화 아가씨가......” “연화는 할아버지 은인이고 우리 집안은 연화한테 빚 졌으니까요.” 이때, 때마침 강준영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어르신들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목발을 짚고 들어오는 손자를 바라봤고 성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압박질문에 하마터면 말해버릴 뻔했네. 아찔했다...... 강준영이 약병을 건네며 덤덤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여기요 혈압약.” “......” “......” 목발까지 짚은 놈이 행동은 쓸데없이 빨라가지고. 사실 강준영은 직접 약을 가지러 간게 아니었다. 연화한테면 정신이 팔려 밖으로 나왔다가 할머니가 일부러 내보냈다는걸 알고는 곧장 기사에게 연락해 약병을 가지고 오라 지시했던거다. 약병을 받아쥔 어르신이 떠보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준영이 솔직하게 말해 봐, 너 연화랑......” 뒤에 이어질 말을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던 강준영이 말을 먼저 끊어냈다. “할아버지 할머니, 다른 생각은 마세요. 연화 착한 애예요. 할아버지 도와주기도 했으니까 제가 두 분 대신해서 꼭 그 은혜 갚을거고요. 그러니 두 분은 돌아가 쉬세요.” 이내 강준영이 틈을 주지 않은채 곧바로 성훈에게 지시했다. “성훈아, 두 분 차까지 모셔다 드리고 넌 할 일 있으니까 다시 올라와.” “예 도련님!” 할머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손자가 말하기 꺼려하는 일들은 그 누가 와도 입 밖으로 꺼내질 못하니까. “준영아, 난 할아버지랑 돌아가마. 발은 잘 요양해, 젊은 나이에 후유증 남기지 말고! 그랬다간 늙어서 고생한다.” 강준영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할머니 걱정 마세요. 제가 어련히 잘 할까요.” 그 말에 조금은 마음이 놓은 할머니다. “그래. 여보, 우린 가.” 어르신은 원하는 대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