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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장

쓸데없는 일에 끼어드는 것 같다는 무력감에 서명진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또다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물었다. “선배 만약에......만약에 말이에요......언젠가 선배가 다시 솔로로 지내게 되면......” “아 참, 후배는 윤진이 어떻게 생각해?” 이어질 말을 진작에 알고 있다는 듯 고연화가 타이밍 맞춰 서명진의 말을 끊어냈다. “네? 뭘 어떻게 생각해요?” “어떤 감정을 느끼냐고.” 서명진이 어안이 벙벙해 하며 대답했다. “어......꽤나 괜찮던데 왜요?” “괜찮다니 됐어. 늦었으니까 이젠 가 봐. 윤진이가 기사님더러 후배 집까지 데려다 주라고 했잖아.” 예의를 갖추며 쫓아내려는 모습에 머쓱해진 서명진은 더는 말을 꺼내진 못한 채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떴다. 그의 뒷모습을 보고 뒤돌아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허윤진이 씩씩대며 걸어오는 게 보였다. “저기요! 고연화 씨! 방금 선배랑 무슨 얘기했어요?” “별 얘기 안 했는데.” 가뜩이나 피곤한데다 내일 아침 일찍 산장에 가야 했던 고연화가 대충 대답했다. 허윤진이 어디 순순히 물러설 앤가, 이내 두 팔을 쫙 버려 고연화 앞을 막아섰다. “안 알려주면 오빠한테 일러 바칠거예요! 오빠 몰래 딴 남자 만났다고!” 고연화가 느긋하니 팔짱을 끼고 턱을 까딱거렸다. “그래, 해 봐. 마침 거긴 아침이니까 너희 오빠도 연락 받겠네.” 고연화에게 겁을 줘 방금 한 얘기를 알아내려고 한 것 뿐인데. 깜빡했다, 고연화는 오빠도 무서워하지 않는 여자라는 걸! 그래도 입 밖에 내뱉은 말인데 어찌 다시 주워 담을까...... “할 거야 말 거야? 안 할 거면 들어갈 거니까 비켜줄래? 응?” “참 나! 못할게 뭐 있다고! 나 대신 오빠 보고 물어보라 하면 되죠!” 허윤진이 곧장 휴대폰을 꺼내 오빠에게로 연락을 걸었다. 고연화도 허윤진이 진짜 연락을 할 거라곤 예상치 못한 모양이다. 평소엔 오빠 앞에만 서면 찍소리 한번 못하던 애가. 그래도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이 참에 무슨 소리를 하는지 들어나 봐야지. 한참을 이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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