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7장
고연화는 그 말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배가 볼록해진 뒤에야 젓가락을 내려놨다.
반면 얼마 먹지도 않은 탁지훈은 나른하게 턱을 괸 채 고연화를 쳐다보며 말했다.
“요리가 좀 별로이긴 한데 연화 씨는 편식을 잘 안 하나 봐요!”
“여행지 요리를 무슨 미슐랭 식당 요리로 생각하나 보네요?”
“객관적으로 봐도 별로 잖아요! 내일 내가 저 앞에 있는 음식점 가서 맛있는 시골 밥상 거하게 먹여 줄게요! 그땐 내 말이 뭔지 알거예요!”
고연화가 무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마음만 받을게요. 그럼 저희는 선생님 기분전환 하시는 거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정 비서, 가서 계산해요.”
정 비서가 카운터에 가서 계산을 하려 하지만 직원은 되려 그의 손에 거스름돈을 쥐어주며 말했다.
“저 분이 미리 계산하셨어요.”
그러자 정 비서가 고연화를 쳐다보며 어떡하면 좋을지 무언의 눈길을 보내왔다.
그 말을 들었던 고연화가 탁지훈을 힐끗 쳐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담담하게 읊조렸다.
“대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저씨 돌아오면 그때 대접해 드리라고 할게요.”
말을 끝낸 고연화가 정 비서와 함께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어차피 계산까지 한 마당에 겨우 몇 십만원 가지고 줬다 받았다 하는 건 순 시간 낭비였으니 차라리 허태윤더러 갚으라고 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민박집 대문 밖으로 걸어나오자 마자 시골 특유의 깔끔하고 청량한 내음이 코를 찔렀다. 저 멀리 자연 경관들을 보며 고연화는 저도 모르게 추억에 잠겨 들었다......
어릴 적 비구니 스님과 약재를 캐러 다니며 지나왔던 길이 바로 이 길이었던 것.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앞서 걷기 힘들었던 산길이 이제는 평탄한 아스팔트 길로 바뀌었다는 거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도 흘렀구나......
어릴 적 지내던 마을은 산 끝자락에 있어 늘 두 발로 직접 산을 타야만 했는데 이젠 길이 뚫리니 차로 15분이면 바로 마을까지 도착할 수가 있었다.
문득 자신의 어린 시절 한줄기 빛이 되어줬던 스님이 생각 나 고연화가 손목시계를 내려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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