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9장
이런 신성한 곳에서 탁지훈이 천박하게 구는 꼴을 보기 싫었던 고연화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좀 진지하게 굴어요! 여긴 그렇게 싱글벙글 웃는 데가 아니니까!”
그러자 탁지훈이 고분고분 웃음기를 싹 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그럼.”
차에서 내린 고연화의 뒤를 탁지훈이 졸졸 따라갔다.
걱정이 앞선 정 비서도 이내 주차를 하고는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혜승사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공을 드리러 오는 여행객들이 심심찮게 있었고 마당으로 들어가자 마자 은은한 향냄새가 코를 타고 들어왔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며 주위를 빙 돌러 보니 긴 세월동안 이 곳만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문턱을 지나 불공 안으로 들어가니 한쪽에 웬 중년의 스님이 불공을 드리러 온 이를 위해 맥을 짚어주고 있었다.
맥을 다 짚은 스님이 처방전을 손수 적어 상대에게 내밀며 당부를 했다.
“처방대로 약 드세요. 그 사이에 매운 음식이나 생선은 피하시고요.”
참배객이 감사한 마음으로 굽석 허리를 숙이고 나가자 멍하니 서있던 고연화가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스님이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물었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습니까?”
고연화가 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는 나지막이 불렀다.
“스님.”
분주하던 손놀림이 그대로 멈췄고 스님이 그제야 고개를 들어 고연화를 바라봤다.
나긋하고 인자하던 모습은 그대로지만 눈가엔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담은 듯 잔주름이 그득 들어차 있었다.
흠칫 놀라던 스님은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연화 왔구나.”
눈시울을 붉히며 고연화가 애써 웃어보였다.
“스님, 그동안 일이 많아서 이제야 찾아 뵈어요. 잘 지내셨어요?”
“자책할 필요 없어 연화야. 넌 속세를 떠나지 않았으니 당연히 여길 떠나 네 삶을 살아가는 게 맞지.”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고연화는 늘 마음 속으로 스님을 엄마로 여기고 있었다.
허나 속세를 떠난 스님이시니 미련을 남기지 않기 위해 스님은 따뜻하게 관심해 주면서도 늘 거리를 유지하곤 하셨다.
몇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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