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3장

탁지훈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싱긋 웃어보였다. “네, 그럼 편히 얘기 나누세요. 전 다른 법당에 있다 다시 오겠습니다.” 그러면서 탁지훈이 고연화에게 찡긋 눈길을 날렸다. 고연화는 분명 장난치지 말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진지하지 못 한 탁지훈의 모습에 화가 난 모양이다. “연화야,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니?” 탁지훈이 나가자 스님이 갑작스레 고연화의 손목을 탁 잡으며 근심 가득히 물었다. 깜짝 놀란 고연화가 그제야 대답했다. “어......나이 차이는 좀 나는데 괜찮은 사람이에요......” “너한테 잘해 줘?” “네, 꽤나 잘해 줘요.” 고연화가 어물쩡 대답을 얼버무렸다. 요즘 아저씨와의 관계를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있지만 스님이 걱정하실까 그런 말씀은 못 드리겠다. 고연화를 지그시 쳐다보던 스님이 다시금 불상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그땐 내 전남편도 그랬었지, 난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인 줄 알았고. 근데 결혼하고 나니까 외박은 물론이고 내 전화도 받지 않으면서 귀찮아 했었지. 결국 싸움이 끊이질 않았고 1년동안 얼굴 한번 못 본 적도 있었어. 그 시간동안 그 자식은 매일이다시피 다른 여자들이랑 하룻밤이나 보내며 몇몇은 애까지 가지게 했다지.” 고연화가 충격을 받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지혜로우신 분이 어쩌다 그런 인간 말종을! “스님, 고생하셨어요.” 그 말에 스님이 다정하게 고연화르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연화야, 누군가에게 싫증을 가지는 건 1초도 채 걸리지 않아. 말 한 마디로 차갑게 식을 수도 있지. 난 줄곧 내 잘못이 뭔지, 왜 날 만나주지 않는지에만 매달려 있었어. 사실 그런 이유는 필요도 없고 그냥 같이 있기가 싫어졌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싫증나면 먹다 남은 음식처럼 미련 없이 버리는 거지. 이 세상엔 영원한 사랑이란 건 없어.” 고연화도 친부인 강명훈과 엄마 사이의 일을 떠올렸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던 강명훈이 엄마를 손에 넣자 180도로 변하며 바람까지 폈었다지...... 어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