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6장
말도 없이 냅다 그릇을 뺏어가는 건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지만 말릴 겨를도 없이 탁지훈은 와구와구 음식을 입에 쑤셔넣었다.
하긴, 별로 먹고 싶지도 않았는데 차라리 잘 됐지 뭐!
탁지훈이 드디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아낌없이 칭찬을 늘어놨다.
“스님, 소밥이 이렇게 맛있는 줄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앞으로 종종 들러서 먹고 가도 될까요?”
”그럼요, 누추한 절이라 선생님이 불편해 하실까 걱정이네요.”
탁지훈이 주위를 스윽 훑으며 낡아빠진 절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누추하긴 하네요! 이런 신성한 곳은 손 잘 봐둬야 스님들도 편히 쉬실 수 있으실 텐데요!”
모선 스님이 일부러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고치고 싶은데 안 되는걸 어쩝니까! 여긴 원래 사람도 잘 살지 않는 곳이라 평소 받은 시줏돈으로 겨우 삼시세끼나 때우는 걸요!”
탁지훈이 딱하다는 투로 맞장구를 쳤다.
“그러셨군요!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럼 제가......”
고연화가 뭔가를 눈치챈 듯 탁지훈의 말을 끊어냈다.
“스님, 제가 보내드린 돈도 적진 않은데 아까는 수리하는데 쓰셨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기대에 찬 눈빛으로 탁지훈을 바라보던 모선 스님이 부자연스럽게 눈을 꿈뻑거리며 고연화에게 대답했다.
“연화야, 그건 다른 법당 짓는데 썼지! 남은 건 경공 스님이 다 헌금해 버리셨거든! 넌 잘 몰라도 이 지붕은 말이다, 여름엔 비 새고 겨울엔 바람 새는게 아유 참......”
고연화가 실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방금 둘러 봤을땐 끽해야 페인트 칠이나 다시 한 것 같던데, 그게 얼마나 든다고.
게다가 작은 액수도 아니고 그걸 경공 스님이 모조리 헌금하셨다는 건 말이 안 됐다!
아마 일부분만 헌금하고 나머지는 현재 절의 실세인 모선 스님과 그 무리에 의해 나눠졌겠지......
그리고 지금 저렇게 탁지훈 앞에서 하소연 하는 걸 보면 헌금을 해달라고 유도하는게 분명하다!
헌금이야 문제가 안 되지만 그 돈이 불분명하게 씌여지는게 문제지!
진작에 이 절의 스님들이 세속적이라 생각해 왔었다.
주지 스님이 돌아가신 뒤,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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