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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2장

고개를 들어 마당을 빙 둘러봤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 곳이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바로 저 아이. 삼시세끼를 먹고 나니 눈 깜짝할 새에 하루가 지나갔다. 샤워를 마치고 이야기를 해주며 아이를 재우려던 고연화의 휴대폰이 다시금 울리기 시작했다. 또 그 놈의 허태윤이다. 왜 이래? 이제 와서 매일마다 연락하는 이유가 뭐지? 의심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고연화는 마지 못해 연락을 받았다. “자?”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는 마치 어제의 불쾌함을 다 내려놓은 듯 나긋하기만 했다. “자면 연락이나 받았겠어요?” 그럼에도 고연화는 유하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무뚝뚝한 말투로 일관했다. 남자의 목소리도 한층 무거워진다. “......혹시라도 깨웠을까 봐 그러잖아.” 고연화가 그런 허태윤에게 일침을 날렸다. “그게 걱정되면 이 시간에 연락하진 말았어야죠!” 잠시 침묵하던 허태윤이 다시금 다정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바빠서 방금 겨우 시간 낸 거야. 오늘은 밥 잘 챙겨 먹었어?”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남자의 관심어린 소리를 듣고 있자니 구역질이 날것만 같았다. 목소리 듣기조차 싫었던 고연화가 곧장 휴대폰을 아이의 귀에 가져갔다. “너희 아빠가 너 보고싶대! 둘이 통화 해!” 영문도 모르는 아이는 그저 아빠라는 소리에 생글생글 웃으며 웨쳤다. “아빠!” “......”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아이는 어른들에게서 들은 그대로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빠......” 한숨을 푹 쉰 허태윤이 그제야 아이의 부름에 답했다. “그래, 아빠 여기 있어.” 아빠 목소리에 아이가 활짝 웃어보였다. “아빠 빨리 와! 아빠 보고 싶어......” “그래, 아빠 없을 때엔 말 잘 들어야 돼.” “난 착하니까 말 잘 들을 거야!” “......엄마는 뭐 하고 있어?” 그 말에 아이가 다시금 축 처진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없어......없어......” 아이의 기억 속 엄마는 강현월이다. 때리고 욕하고 괴롭히는 걸 일삼던 그 엄마는 이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 터...... 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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