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7장
방에서 나왔을 땐 탁지훈이 먼저 문 앞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허나 문이 열렸음에도 들어오는 사람도, 소리 하나도 들리지 않았고 탁지훈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기만 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앞으로 다가간 고연화는 눈 앞의 상황에 그만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허태윤이 여긴 왜?
입구에 떡하니 서있던 허태윤이 싸늘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노려봤다.
“보아 하니 타이밍을 잘못 잡은 것 같네?”
남자의 따가운 시선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방금 씻고 나와 축축한 머리를 하고 몸엔 헐렁한 가운을 걸치고 있다는 걸.
고연화가 본능적으로 가운을 꽁꽁 여미었다.
허나 최악인 건 따로 있었다.
똑같이 씻고 나온 탁지훈이 급히 문을 여는 바람에 바지만 제대로 입고 셔츠를 위에 걸치기만 한 채 상반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던 것.
마치......거사를 치르고 난 뒤의 모습들처럼 말이다!
저도 모르게 당황하며 입을 뻥긋거리던 고연화는 문득 해명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왜 해명을 해야 하지?
이젠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탁지훈은 셔츠 단추를 잠그며 어떻게든 얼어붙은 분위기를 무마시키기 위해 입을 열었다.
“태윤아! 너도 연화 씨 보러 왔어?”
무감한 허태윤의 표정에 서늘한 미소가 드리웠다.
“몇 년이 지나도 여전하네, 편식하지도 않고 남이 먹다 남은 거 차지하려는 건.”
‘먹다 남은 거’라는 다섯 글자가 고연화의 귀에 따갑게 틀어 박혔다.
욱하는 마음이 앞섰지만 딱히 화 낼 방법은 또 없었다.
하! 저 자식 눈엔 겨우 놀다 버린 여자로밖엔 안 보이는 구나!
탁지훈은 화를 내는 대신 고개를 틀어 나긋한 목소리로 고연화에게 말했다.
“연화 씨 괜찮아요. 내가 태윤이랑 얘기할 거니까 일단 옷부터 갈아입어요!”
이런 꼴로 허태윤을 마주하기 싫었던 고연화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으로 향했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게 있다면, 문이 닫기려는 찰나 허태윤이 손을 안으로 쭉 들이밀고 죽일 듯이 고연화를 노려보기 시작했다는 것......
소스라치게 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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