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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0장

고연화가 피식 웃어보였다. “길을 터달라고요? 막은 적도 없는데?” 소피아가 고연화의 귓가에로 바짝 다가와 속삭였다. “지금이 아니라 내 애정전선에 방해가 되잖아요!” 싸늘한 눈빛의 고연화가 대단한 우스갯소리라도 들은 듯 헛웃음을 쳤다. “그쪽 애정전선이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한 마디를 보태려는 찰나, 소피아는 고연화의 뒤에 나타난 그림자를 보고는 말을 바꿨다. “지훈아, 넌 웬 일이야?” 탁지훈은 고연화를 덤덤히 훑어보더니 그제야 소피아를 향해 웃어보였다. “연락 한 통 하고 오다가. 둘이 무슨 얘기해?” 고연화와 탁지훈을 번갈아 보던 소피아는 뭔가를 눈치챘는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 연화 씨가 여기 그림들에 관심이 많아 보여서. 혼자 돌아다니게 하는 게 걱정돼서 옆에 있어줬던 거야. 지훈아, 아님 네가 연화 씨랑 같이 있어줄래?” “그래! 나한테 맡겨!” 소피아의 눈가에 알 수 없는 빛이 반짝였다. “그래, 그럼 둘이서 구경하고 있어! 난 먼저 간다!” 또각또각 걸음을 옮긴 소피아는 그렇게 사람들 틈으로 사라져 버렸다. 탁지훈은 그제야 시선을 고연화에게로 옮겼다. “화장실 간다면서 혼자 여기서 뭐해요?” “화장실 갔다가 구경하는 것도 안 돼요? 꼭 거기 돌아가서 수군거리는 소리들이나 듣고 있어야 되냐고요 내가.” 탁지훈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하늘에 맹세하는데 연화 씨도 봤다시피 난 뭐라고 한 적 없어요.” 거의 은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도움을 줬던 탁지훈이 이젠 눈에 덜 거슬리게 된 고연화다. “탁지훈 씨도 그 사람들 성가시죠?” “조금?” 고연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보이더라고요.” 탁지훈이 고개를 숙여 고연화의 발을 지그시 내려다 봤다. 파티 온다고 드레스까지 맞춰입더니, 신발은 편하게 신고 있어서 다행이네. 안 그랬다간 얼마나 고생했을지 모른다...... “피티장 구경할 거라면서요? 가요, 내가 데리고 가줄게!” 탁지훈이 고개를 까딱이자 고연화가 불만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럴 필요 없어요. 보는 눈도 많은데 탁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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