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7장
얼마 만인지도 모를 정도로 고연화는 개운하게 잠에서 깼다.
어린 시절 지냈던 방이어서였을까......
그동안의 피로가 싹 풀리듯 악몽 한번 꾸지 않은 채로.
침대에서 내려와 세수를 마친 고연화는 옷장 앞으로 다가갔다.
강준영은 그새 옷장을 임산부 전용 옷으로 가득 채워두고 있었다.
심지어는 택도 떼지 않은 새 옷들로만.
잠옷을 벗은 고연화는 편해 보이는 옷으로 갈아입고는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찾았다.
시간을 확인하려고 휴대폰을 드는 순간, 조각으로 빚은 듯한 허태윤의 얼굴이 예고도 없이 눈에 들어왔다.
“아아악!”
고연화가 방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며 화면을 노려봤다.
“왜왜......왜 아직도 안 끊었어요?!”
밤새 켜져 있던 영상 통화로 휴대폰이 뜨끈뜨끈해져 있었다.
충전기를 연결해 둔 탓에 꺼지지도 않고 그대로 있었던 것!
허태윤이 무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끊어야 되는데?”
입꼬리를 움찔거리던 고연화가 무의식적으로 방금 옷을 갈아입었던 위치를 확인했다.
젠장! 바로 카메라랑 마주보고 있었네!
불길함이 엄습하면서도 고연화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떠보듯 물었다.
“방금......다 봤어요?”
아니, 다른 일 때문에 미처 못 봤을 거야!
허태윤이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다 봤는데.”
고연화의 얼굴이 터질 듯이 달아올랐다.
“으악! 벼......변태!”
남자의 얼굴에 드디어 능청스러운 미소가 살짝 번졌다.
“배 동그란 건 딸이라던데.”
머리카락이 곤두선 고연화의 입꼬리가 미친듯이 들썩였다.
음흉한 자식이! 뭘 또 그렇게 자세하게 들여다 봐!
뭐? 딸이라고?
하!
그건 어른들 사이에서 돌던 속설같은 건데, 역시 늙은 남자라서 별결 다 아는군!
아니, 잠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딸이든 아니든 뭔 상관이에요! 스토커 주제에! 징그러워!”
한소리 듣고도 허태윤은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아침 먹어, 난 회의하러 갈게.”
고연화는 대답 대신 매몰차게 영상 통화를 끊어 버렸다.
창피해 죽겠네!
옷 갈아입는 걸 저 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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