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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8장

전혀 흥미라곤 없던 고연화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나 보러 와준 건 고맙게 생각하는데요, 이런 얘기는 하고 싶지 않네요.” 탁지훈이 여전히 싱긋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냥 궁금해서요, 태윤이랑 다시 화해하면 난 어떻게 되는 거예요?” 고연화가 촘촘하면서도 기다란 속눈썹을 사악 들어올리며 그 어느때보다도 진지하게 말했다. “탁지훈 씨는 내 눈엔 영원히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표정관리에 실패한 탁지훈은 잠시 뒤 그런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피식 웃어보였다. “영원히요? 연화 씨 진짜 매정하네! 나한텐 틈조차 안 주는구나!” “마음도 없는데 여지 주는 건 어장 관리죠. 난 그런 위인은 못 되거든요.” 나른하게 하품을 한 고연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천천히 먹어, 난 올라가서 씻고 잘게!” 유영이 덩달아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숙모! 내가 부축해 줄게요!” 고연화도 아무말 없이 유영의 부축을 받아 위로 올라갔다. 능글맞던 탁지훈의 얼굴은 넋이 나간 듯 멍했고 초점을 잃은 두 눈은 흐리멍텅했다.한참 뒤에야 그는 자연스레 고연화가 마시던 물컵을 입가에 가져갔다. 바로 그때, 육호중이 컵에 손을 내밀고는 우아하게 웃어보였다. “도련님, 이건 저희 보스가 마시던 겁니다.” 탁지훈이 씨익 웃어보인다. “괜찮아요 난.” “저희 보스가 안 괜찮아 해서요.” 그 말에 탁지훈이 빈정 상한 표정을 하고 눈썹을 치켜들었다. “그러다 내가 당신네 보스 남편이라도 되면 어쩌려고 이럽니까?” 육호중이 컵을 꽉 붙잡고 사람 좋은 미소를 유지했다. “그건 그때 가서 말씀하시죠, 적어도 지금은 아니잖습니까.” 결국 탁지훈은 재미 없다는 듯 컵에서 손을 탁 뗐다. “드세요들, 난 볼 일 있어서 먼저 갑니다.” 스르륵 자리에서 일어난 탁지훈은 아랑곳하지 않은 모습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여전히 창가 쪽에 앉아있는 강준영을 향해 손을 저어보였다. “준영아 나 갈게! 후에 다시 봐!” 강준영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멀리 안 나간다.” 이내 탁지훈은 바지 주머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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