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2장
모욕 당한 듯 불쾌감을 드러내며 허태윤이 차갑게 소피아를 흘겨봤다.
소피아는 처음 보는 냉랭한 눈빛이었다.
휠체어에 앉아 백지장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남자의 눈빛은 족히 소피아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허태윤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연화가 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자란 건 네가 말하는 소위 체면 상하는 일이 아니라 타고난 우세라고 생각하는데.
얼마나 똑 부러졌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아, 나 같은 아저씨한테 와준 것만으로도 내 30년 인생 최대 행운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연화 출신이 어떤지는 중요하지도 않아.
중요한 건 내가 연화를 사랑한다는 거지.”
사랑한다라......
결의에 차 힘주어 말하는 마지막 한 마디에 소피아는 안색이 잿빛으로 물들며 이를 꽉 악물었다.
“태윤아, 왜 그걸 몰라......”
성가시다는 눈빛으로 허태윤이 소피아의 말을 싹둑 잘라냈다.
“이젠 알아, 네가 왜 그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날 도와주려 한 건지. 친구랍시고 도와주면서도 속내는 전혀 달랐지, 애초에 넌 이 혼인신고 철회할 생각도 없었을 거고.
얼마 되지도 않는 고마움마저 사라질 정도니까 더 이상 역겹게 굴지 마.”
‘역겹다’라는 세 글자에 소피아는 가슴 한 켠이 뒤틀리듯 욱신거렸다.
10년을 넘게 짝사랑한 남자가 자신을 역겹다고 한다......
힘들게 용기 내어 전한 사랑고백이 반감과 혐오스러움으로 돌아왔는데 속상하지 않을 리가.
한없이 굳은 표정으로 멍하니 있던 소피아는 포기한 듯 씁쓸히 미소 지었다.
“태윤아, 실망시켜서 미안해! 방금 한 말은 못 들은 거로 해줘!”
허태윤은 더는 틀에 박힌 얘기를 나누고 싶지도 않았는지 덤덤하게 고개를 돌렸다.
또 한번 애써 웃음 짓던 소피아가 애원하는 식으로 물었다.
“태윤아, 나 배고파서 그러는데 우리 일단 아침부터 먹으면 안 될까?”
허태윤이 무감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철회 절차는 시간도 오래 안 걸릴 텐데 끝나면 집 가서 먹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소피아의 표정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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