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0장
정신을 차린 고연화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아무 것도. 이따가 애들 데리러 유치원 같이 갈래? 아님 넌 먼저 집 갈래?”
허윤진이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같이 가요! 애들한테 피자 쏜다고 약속했거든요!”
고개를 끄덕인 고연화는 물병을 내려놓고는 손을 휘휘 저었다.
“나가 봐, 난 업무 볼 거 남았으니까!”
“네......”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온 허윤진은 사무실 문을 닫자 마자 축 처진 표정을 지어보였다......
새언니도 참 대단하지.
오빠 대신 회사 이끄랴, 애 셋 돌보랴.
심지어 도준이는 그해 오빠가 어쩔 수 없이 입양해 온 아이인 걸 알면서도 차별 한 번 하지 않은 채 한결같이 사랑해준다.
반면 오빠는 3년 사이 증발해 버리기라도 한 듯 감감무소식인 상태.
중요한 건 새언니가 그동안 단 한 번도 허씨 가문을 떠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예전 같았으면 그게 다 집안 재산을 위한거라 여겼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고연화가 신월 그룹 최대 주주이자 숨겨진 보스이고 윤혜영과 육호중마저 그 말이라면 뭐든 따라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새언니가 떠나지 않는 건 오로지 실종된 오빠를 위해서다.
주위에선 어린 나이에 미련하게 군다고들 하지만 허윤진은 되려 이런 일편단심이 귀한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곁에 남자들이 들끓어도 전혀 흔들린 적이 없으니까.
그렇게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누군가 허윤진의 사고회로를 끊어냈다.
“우리 허윤진 아가씨는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시나?”
고개를 휙 돌리자 탁지훈이 걸어오는 게 보인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허윤진은 저도 모르게 경계태세를 취했다.
“탁지훈 씨! 여긴 왜 왔어요?”
“연화 씨 보러 왔지, 오늘이 첫 주주총회라는데 잘하고 있나 보려고!”
“됐거든요! 우리 새언니한테 다른 마음 품은 거 모를 사람이 어디 있다고!”
탁지훈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싱긋 웃어보였다.
“그게 뭐 어때서? 난 연화 씨 좋아하면 안 돼?”
“안 되죠!”
허윤진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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