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2장
탁지훈이 지그시 고연화를 응시했다.
“허태윤이랑 혼인신고도 안 했잖아요. 그때 그 결혼식도 어르신 눈속임용으로 진행했던 거고, 윗어른들은 초대도 하지 않았었는데. 그 말인 즉 지금은 아무런 신분도 없는 상태에서 이러고 있다는 거예요. 아무리 잘해줘 봤자 언젠가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뻥 차버릴 사람들인데.”
고연화가 엔터키를 탁 눌러 문서를 저장하고는 나른하게 하품을 해댔다.
“그래서, 내가 지금 허씨 가문 도와주는 게 콩고물이라도 받아먹으려는 거다 이 말이에요?”
“연화 씨야 당연히 그런 게 아니겠지만 일단 이용 당하고 버려질 땐 얼마나 속상하겠냐 이거죠.”
고연화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말했다.
“이용 당해도 좋고 명문 따위 없어도 괜찮아요.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허태윤 찾기 전까진 내가 대신 이 자리 지켜주고 있는 거예요, 다시 돌아올 땐 손 하나 대지 않고 그대로 돌려줄 거고요. 그것보다 중요한 건 없어요.”
탁지훈이 흠칫 놀라며 고연화를 쳐다봤다.
그래, 다른 여자는 바보같이 퍼주기만 한다 해도 고연화는 다르지.
고연화는 줄곧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뭔지, 중요하게 여기는 게 뭔지를 똑똑히 알고 있고 결코 이해득실을 재고 따지지 않는다.
야무지다고는 못 하겠지만 애초에 이런 순수함에 끌렸던 것 아니던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탁지훈은 싱긋 미소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
“그래요, 연화 씨 알아서 어련히 잘 할까. 오늘 허성 건설 임시 사장직 맡은 첫날이라서 내가 응원차 온 거예요! 퇴근하고 시간 돼요? 같이 밥이라도 먹게?”
고연화가 물 한모금을 홀짝이며 단칼에 거절했다.
“안 돼요.”
진작에 그럴 걸 알았던 탁지훈이 포기하지 않고 또 한 마디 보탰다.
“걱정 마요, 우리 둘 아니고 오빠도 같이 갈 거니까! 편하게 밥 한끼 먹는 건 괜찮잖아요?”
“아니, 진짜 안 된다니까요. 퇴근하면 애들 데리러 유치원 가봐야 돼요. 같이 놀아주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 말에 탁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연화 씨, 그건 아니다! 회사 경영에 애 셋 육아까지?”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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