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00장
침묵하는 강준영을 지그시 바라보던 윤준협은 뭔가 알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연화라는 분과 부부사이가 아니라면 내가 왜 아이를 데려갔습니까?”
“그건 내가 물을 말이지! 너 이 개자식이 그때 무슨 생각으로 연화 애를 데려갔는지!”
다소 괴팍함을 내비치는 강준영을 보면서도 윤준협은 담담하게 물었다.
“실례지만 선생님 성이?”
강준영이 쌀쌀맞게 쏘아붙였다.
“강 씨.”
“그럼 연화라는 분과는 무슨 사이시죠?”
“내 동생이야.”
윤준협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의 분노는 내가 동생 분 기대를 저버린 것에서 비롯됐군요.”
“그 뿐만이 아니지! 네가 연화한테 남긴 상처는 그 정도 수식어로 귀결될 정도가 아니거든!”
윤준협은 그 상황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난 기억하는 게 전혀 없습니다. 지금 이렇게 추궁해 봤자 그 어떤 해명도 해드릴 수가 없으니까요.”
늘상 차분하던 강준영이 화를 참지 못하고 이를 빠드득 갈았다.
“그래서, 널 이대로 놔주라는 소리야? 소피아랑 네가 연화한테서 뺏은 애랑 셋이 오손도손 살게?”
“꼭 그런 뜻만은 아닙니다. 사실 나 역시 소피아를 믿지 못하죠, 내게 말해줬던 모든 걸 곧이곧대로 믿었다면 굳이 선생님을 여기까지 오라고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흠칫 놀란 강준영이 윤준협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못 믿는다며, 그럼 소피아 떠나서 스스로 진실을 찾았어야지.”
윤준협은 그런 자신이 아니꼽다는 듯 제 노릇을 못하는 두 다리를 내려다 봤다.
“내가 이 꼴로 떠날 수가 있을까요? 선생님 역시 소피아네 집이 미국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는 안다고 봅니다. 기억 잃은 장애인 주제에 내가 어디에 구조신호를 보냅니까, 애초에 제 과거에 대해서도 모르는 사람인데.”
강준영이 휠체어에 앉아있는 남자의 모습을 바라봤다.
한때 허태윤 이름만 들어도 움찔할 정도로 카리스마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남은 건 창백하고 병약한 모습 뿐이다. 이러니 소피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란 거의 가능성이 없는 일이겠지.
“이젠 찾았으니까 내가 집까지 데려다 줄 수도 있어, 갈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