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55장
“오늘은 안 갈 거야. 집안 일이 태산이라 언제 잘지도 모르겠어. 학교 끝나도 못 나가 놀아.”
담이 문제집에 잔뜩 몰입해 한 말이다.
집안 일이 태산이라면서도 담이의 얼굴에는 불만이라곤 없었다.
“너무 아깝다, 지난번에 우리 거기서 진짜 예쁜 노을 봤잖아. 난 또 보고 싶었는데.”
담이 샐긋 웃었다.
“바닷가에서 자라면서 그동안 봐온 게 얼만데, 그거론 모자라?”
지우가 벌떡 일어나 담이를 덮쳤다.
“그럼, 모자라지!
바다가 얼마나 신비로운데, 거기에 비친 일출이나 일몰은 어딜 가나 다 다르다고.
난 평생 바닷가에 살고 싶어. 그럼 넌? 설마 이젠 질린 거야?”
담이가 그제야 펜을 내려두고 먼 곳을 응시했다.
“난 더 멀리 가볼 거야.”
그 말에 지우가 미간을 와락 구겼다.
“나 버리려고?
우리만의 바다도 버리겠다는 거야? 우리 엄마나 마찬가지잖아.”
바닷가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바다는 제2의 어머니나 다름없다, 그들을 위해 드넓은 마음을 내준 존재였기에.
담이는 고개를 저으며 웃어 보이기만 했다.
“그럴 리가 있어? 난 더 먼 곳으로 가보고 싶을 뿐이야.
육지에서도 걸어보고 싶어, 평생 어촌 마을에서만 사는 건 너무 따분하지 않을까?”
“너만 곁에 있으면 난 절대 그럴 리 없어.”
지우가 확신에 차 건넨 말이다.
관객석의 수연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사실 첫 장면에서 선보인 짤막한 둘의 대화는 영화 전반을 아우르는 요소가 된다, 고향에 대한 관점이 곧 그들이 할 선택을 좌우지하게 되니 말이다.
영화 촬영이 끝난 지금, 관객의 입장이 돼서도 수연은 아직 누구의 선택이 옳았는지, 또 누가 틀렸는지 단정 짓기 어려웠다. 성격이 다른 만큼 그들이 선택하는 삶 역시 다를 테니까.
20분 가량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들의 청춘을 뒤흔든 남자 주인공이 등판했다.
도윤은 그 배역에 특별히 혼혈인 이인호를 캐스팅했다, 워낙에도 밝은 성격이었기에 담이를 고향 밖으로 이끄는 역할에 제격이라 여겨서다.
바깥 세상을 동경하던 담이는 예상대로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남자 주인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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