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69장

“긴장되는 거야 당연하지만 벅찬 마음이 더 큽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선배님들과 소통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거든요.” “역시 빈틈없는 대답이네요,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왔네요. 그나저나 다른 여배우들은다 파트너와 참석했던데 수연 씨는요?” 수연이 의아한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벌써 팀과 함께 레드카펫에 올랐는데 파트너를 왜? “아, 있었는데 진행자님이 떨어뜨려 놓으셨어요.” 장난스레 건넨 대답에도 진행자는 수연의 뒤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혹여 시간을 너무 지체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도 그는 마이크를 건네받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러게요, 팀원들이랑 떨궈놨으니까 제가 파트너 한분 모셔올게요——” 떠나갈 듯한 함성이 또 한번 울려 퍼졌다. 도통 갈피를 못 잡았던 수연이 진행자를 따라 시선을 돌렸을 땐, 미소를 머금은 준영이 그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충격에 휩싸였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실수 없이 질문에 답하려 긴장하던 차에 이 남자를 보자마자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어버렸다. 앞으로 가려 하니 준영은 움직이게 하기 싫었는지 발 폭을 늘려 한달음에 수연에게로 다가왔다. “여긴 웬 일이야?” 엉켜든 둘의 시선 속엔 애정이 넘쳐흘렀다. “그러게, 기업인인 내가 왜 연예계 행사에 왔을까?” 준영이 수연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팬들도 많고 카메라도 빼곡히 들어선 현장인지라 둘은 짤막한 대화로 끝을 낼 수밖에없었다. “역시 능력 좋아!” 준영은 수연의 손을 잡고 다시 인터뷰존으로 돌아갔다. 진행자가 선남선녀인 둘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러자 준영이 농담조로 묻는다. “아직도 이인호랑 떨어뜨렸다고 내 탓할래?” 준영이 오자마자 눈에 띄게 편안해진 수연이 그를 슬쩍 바라봤다. “아니 아니, 준영 씨가 내 파트너야 됐지.” 두 사람은 시종일관 손을 꽈악 맞잡고 있었다. 이건 그들이 함께 나타난 첫 공식 석상이기도 하다. 앞서 파파라치 기자들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수도 없이 찍어왔다. 다만 강준영의 위엄 때문인지 기사엔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