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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3장

가끔은 스스로가 상품이 된 기분이다. 홀 가운데 놓여 사람들의 적나라한 시선을 있는 그대로 감내해야 하니까. 그래도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는 걸 안다. 이 집안도 그러길 원하거니와 할 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어려서부터 늘 보고 들어 익숙했으니 말이다. 열 살이 되기 전까지 엄마는 늘 윤서를 친히 데리고 다녔다. 연회장에서 매번 그녀의 손을 잡고 지인들에게 인사를 건네곤 했었지. 그럴 때마다 엄마는 딸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꼭 덧붙였다. “이모, 오랜만에 봬요! 또 젊어지셨는데요?” 부름에 고개를 돌린 유미현이 윤서를 찬찬히 훑어내렸다. “갈수록 예뻐지네, 엄마와도 점점 더 닮아가고. 말도 점점 잘한다 너? 이모 놀리는 거 아니야?” 윤서가 놀란 척 입을 크게 벌렸다. “이모, 놀리다니요? 저 기자예요, 기자는 절대 거짓을 고하지 않는다고요.” 주위 사람들도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 “윤서 씨 모범 기자구나?” 미현이 다정하게 윤서의 손등을 어루만졌다. “기분 나쁜 일 있으면 이모한테 말해, 이모네 회사로 옮겨줄게.” “걱정하지 마세요, 저 하루하루가 얼마나 기쁜데요. 진짜 보고 싶었어요 이모, 엄마가 남겨둔 술 아직 많은데 가실 때 한 병 드릴까요?” 미현이 손을 내저었다. “내가 애야? 그거 못 마셨다고 탈 나겠어? 다 엄마가 남겨준 귀한 물건들인데 잘 간직했다가 시집 갈 때 가지고 가, 알겠지? 아무도 건드리면 안돼.” 윤서가 진심을 담아 미현을 꼭 껴안았다. 다 엄마가 절 위해 남겨줬다는 것도, 이모가 뭘 귀띔해 주는지도 안다. 하지만 엄마가 남겨준 것들을 지킬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우리 착한 윤서, 고생했어.” 그 모습을 쭉 지켜보던 사람들도 서로 눈빛 교환을 했다. 이 집안 큰딸에게도 속사정이 있었구나. 그걸 알아도 눈치백단인 그들은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 박화연이야말로 지금 이 집안의 떳떳한 사모님이니까. 30대가 넘어 나씨 집안에 입성한 그녀가 다 큰 여자아이까지 데리고 온 걸 보면 능력이 있는 건 확실했다. 겉으론 박화연을 칭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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