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94장
“너였구나, 넌 잘난 애라서 이런 자리엔 온 적도 없잖아?
오늘은 갑자기 왜 왔대?”
윤서가 싸늘한 표정으로 눈꺼풀을 들어 저보다 한 뼘이나 작은 의붓동생을 바라봤다.
“여기 내 집이야, 오고 가는 것도 내 마음이지.
네가 끼어들 자린 없는 거 같은데.”
예린도 대수롭지 않게 코웃음을 쳤다.
“너도 내 앞에서나 큰소리지.
모를까 봐 말해주는데 지금 여기서 제일 환영받지 못하는 건 너야. 내가 너였으면 눈치 없이 여기까지 와서 망신은 안 했겠다.
네가 기자 노릇 하면서 꼬질꼬질하게 다니니까 아빠가 얼마나 창피해 하는지 알아?
오죽했으면 아빠가 우리 엄마한테 하소연을 하겠어? 하긴, 엄마 없는 네가 사리 분별이나 제대로 하겠니.”
비꼬는 말을 계속 듣고 있자니 윤서도 짜증이 났다.
그래도 나이가 듦에 따라 반격하는 방법을 깨우쳤다.
“그러게, 나도 모르겠다. 내가 밖에서 기자로 일하는데 왜 네 아빠 체면을 깎을까.”
윤서가 일부러 “너"라는 글자에 힘을 줬다.
“박예린, 성 바꿨다고 아빠도 바뀐 거 같지.
하긴, 세상에 뻔뻔한 인간들은 넘치니까. 돈 때문에 친부마저 잊은 사람도 적지는 않겠다, 덕분에 내 시야가 다 트이네.”
“야!”
예린이 분에 겨워 당장이라도 때릴 기세를 보였다.
그게 언급되는 걸 예린은 제일 싫어한다. 그땐 별 문제가 없다고 여겼다, 극도의 가난 속에서 수년을 허덕이던 사람에게 부귀영화로 향하는 지름길이 생겼는데 그 누구라도 알콜 중독자의 성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지금도 예린은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또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두 번 다신 시궁창 같은 시골 마을에서 살고 싶지 않다.
그 성만 떠올리면 자꾸만 어두웠던 그때가 머릿속을 헤집는다.
어린 아이들에겐 기억이 없다지만 분명 예린은 매일이다시피 구타를 당하던 엄마와 술에 찌든 아빠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더는 장롱 속에 숨어 벌벌 떨기 싫다.
이런 아픈 기억이 절 공격하는 무기가 되어버렸는데 참을 수가 있나.
애석하게도 예린이 간과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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