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76장
생각에 잠긴 윤서는 자료를 내려두고 바로 화연에게 가 묻기로 결심했다.
“어머, 윤서 왔구나. 밥은 먹었어?
요즘 일은 잘 되니?”
화연은 윤서가 돌아올 때마다 꼭 이런 몇 마디 질문을 건넨다. 윤서는 벌써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다. 화연도 결코 그 답을 알고 싶어 하는 게 아니다, 그저 하인들이 듣는 것으로 임무를 완수한 거나 마찬가지.
화연은 곧장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윤서가 저와 마주치는 걸 싫어하는 데다 그녀 역시 딱히 대꾸할 생각은 없어서다.
“잠깐——”
의외로 윤서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또 무슨 일이니? 나 요즘엔 너 건드린 적 없을 텐데?”
이 계집애를 시집 보내기 전까지 화연은 당분간 몸을 사리기로 결심했다.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한다, 아니면 나윤서가 그들 모녀를 또 어떤 함정에 빠뜨릴지 모르니까.
“켕기는 거라도 있어요?”
윤서가 팔짱을 끼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쥬얼리로 치장한 화연을 바라봤다.
졸부가 따로 없었다, 박화연이야말로 부족한 걸 더 내세우려 하는 인간일 거다.
화연의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지난번 적반하장으로 나왔던 저 계집애에게 당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성호가 했던 질책의 말이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것만 같다.
“농담이 지나치네? 난 새엄마로서 책임을 다했는데 켕길 게 뭐가 있어.
너야말로 이젠 심술 그만 부리고 빠져나갈 길이나 찾아.”
윤서가 눈을 까뒤집었다.
“난 당신처럼 남자를 뒷배로 두진 않아.”
“너!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화연의 얼굴이 울긋불긋해졌다. 윤서는 늘 고작 몇 마디로 그녀의 심기를 건드린다.
“박동성이 누구예요?”
그 이름을 말하는 순간에도 윤서는 화연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충격에 휩싸인 그녀는 난간을 꽈악 붙잡더니 고슴도치처럼 몸에 힘을 바짝 줬다.
“......누구?”
“박동성이요, 익숙한 이름이죠?”
굳은 얼굴의 화연이 습관적으로 부정했다.
“몰라, 난 모르는 사람이야.
너......너 그 이름 어디서 들었어?”
“아, 그냥 물어본 건데. 성이 같으니까 알 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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