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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7장

성호가 어두운 얼굴을 하고 말했다. “조용히 해, 배 사장이랑 상관없는 일이야. 오늘 일 소문 내는 사람은 집에서 쫓겨날 줄 알아. 난 벌써 말했어.” 화연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람처럼 굴었다. “여보,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다 가족이잖아, 소문낼 리가 있겠어? 대체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데!” 화연은 목덜미에서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완강하게 성호와 대치했다. 지금 물러서면 안 된다는 걸 안다. 일단 켕기는 모습을 보였다간 성호가 분명 그녀를 의심할 거다. 예린도 이번엔 엄마 편을 들었다. “아빠, 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하지. 그동안의 정까지도 버리려는 거야? 그 말은 진짜 상처받아.” 두 여자가 함께 흐느꼈다. 게다가 윤서가 아직 방에서 깨어나지 못한 상태라 성호는 골치가 아프다. “그만해, 언제까지 이렇게 망신시킬래? 할 말 있으면 집에 가서 해.” 지성은 망설이는 성호의 모습에 또다시 윤서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방금 그가 했던 말이 결국 헛수고가 되진 않을까. 성호는 윤서를 걱정하면서도 두 여자가 소란을 피우기 시작하면 또 어쩔 수 없이 타협하곤 한다. 지성이 할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아버님, 제가 윤서 씨 병원 데려가도 됩니다. 아직도 의식을 못 찾았습니다.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는데 더 이상 지체해선 안됩니다.” “우리 집안일이니 배 사장은 끼어들 필요 없어.” 예린도 덩달아 지성을 말렸다. “맞아요 오빠, 언니랑 친한 친구 사이여도 이 상태로 병원 데리고 가면 오빠 이미지엔 좋지 않을 거예요. 저랑 엄마도 있는데 아무래도 오빠가 도와주는 것보단 낫죠.” 윤서를 먼저 알았던 게 아니라면 지성은 이 두 사람이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하고 있다 여겼을 거다. 일이 밖에 퍼지는 게 무서운 거겠지, 처음부터 끝까지 박화연이 설계한 함정이니까. 가식을 떠는 두 모녀는 정말 지성을 바보로 아는 걸까? 성호는 어쩔 수 없이 내내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흘리는 화연을 달랬다. “방금은 내가 급한 마음에 말실수 했어. 같이 지낸 세월이 얼만데, 당신은 아직도 내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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