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31장

의식을 잃은 지금의 윤서는 아직 모른다, 아빠의 이 행동 하나가 그녀를 오래도록 지성과 마주하지 못하게 만들 거란 걸. 호텔을 떠나고서도 여전히 윤서 걱정인 지성 역시 알지 못했다, 안중에도 두지 않은 성호가 그를 상대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는 걸. 성호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어느 날엔가 그는 윤서를 좋아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끼어듬으로 인해 둘은 시작조차 못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지성은 누군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결혼이 싫다, 조종 당하는 제 모습은 더더욱. 눈을 뜬 윤서는 어안이 벙벙하다. 일이 생겼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윤서가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니 내내 곁에 있던 성호가 잠에서 벌떡 깼다. 그는 잠시나마 화연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겠다 고집을 부렸고 예린더러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라 말했다. “윤서야, 드디어 깼구나. 아빠 깜짝 놀랐어.” 눈물을 훔친 성호가 호출 벨을 눌러 간호사를 불렀다. 윤서는 간호사가 검사를 할 수 있게 몸을 내주곤 막연하게 물었다. “아빠, 나 왜 이래? 분명 일하는 중이었는데 왜 병원에 있어? 아빤 또 왜 왔는데? 설마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배지성 씨는 왔었어? 그 사람 목소리 못 들었는데......” 기억을 되짚다 보니 윤서는 머리가 어지러워났다. 성호가 곧바로 그녀를 제지시켰다. “지금은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마. 다 나으면 아빠가 알려줄게.” 간호사도 한마디 거들었다. “아가씨 지금은 별 이상 없으세요. 수면제 후유증은 자연스럽게 내보내면 되는데 지금은 너무 피로하시면 안돼요.” “수면제요?” 윤서가 무의식적으로 되물었다. “제 몸에 왜 수면제가 있어요? 한 번도 먹은 적 없는데.” 간호사가 성호를 쳐다봤다. 이건 더 이상 그들이 설명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손을 휘저어 간호사를 내보낸 성호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서도 한참이나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빠, 대체 무슨 일이야. 안 알려주면 나 편히 쉬지도 못해, 내 성격 알잖아.” 성호가 땅 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