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37장

“목소리 들으니까 많이 나은 거 같네요?” 한편 사무실, 지성은 윤서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온 몸의 피로가 싹 가신 듯 편히 의자에 기댔다. 성호가 윤서를 데려갔어도, 직접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 그는 내내 긴장 상태였다. 이제야 마음 한가운데 막혀있던 돌덩어리가 제대로 가라앉았다. “네, 많이 나았는데 아직도 컨디션이 저조해요. 선생님이 병원에서 며칠 더 지켜보시라네요, 퇴원하면 본가에서 지내려고요.” 윤서가 오랜 친구에게 안부를 전하듯 자연스레 말했다. 반면 지성은 눈을 번쩍 떴다. “본가? 거기서 박화연이랑 같이 지낸다고요?” 윤서는 그의 반응을 듣자마자 그날 일이 두 모녀와 엮여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날 저한테 일 생긴 게 박화연이랑 연관돼 있는 거네요?” 지성은 오히려 의아해했다. “아버지가 말씀 안 해주셨어요? 내가 앞뒤 맥락 다 알려드렸는데, 윤서 씨한테 꼭 전해주라고 귀띔도 했고.” “하.” 윤서는 딱히 놀라지도 않았다. “제가 알면 또 화목한 가정에 영향 줄까 봐 무서웠나 봐요.” 이틀 내내 옆에서 챙겨준 아빠에게 감동을 받기도 했지만, 화목한 가정을 위한답시고 진짜 범인을 숨겼다는 생각을 하니 한심해졌다. 윤서의 코웃음에 지성은 곧바로 뭔가 잘못됐음을 눈치챘다. 나성호는 공적인 일에서 그토록 깔끔하고 단호하면서도 정작 집안일에선 사리분별을 못한다. 누군가 귀에 바람을 넣기만 하면 곧바로 태도를 바꾸기 일쑤다. 친딸에 관한 일에서도 예외가 아닐 정도로. “박화연이랑 연관된 걸 알고서도 본가에서 지내겠다고요? 그러다 윤서 씨한테 또 손쓰면 어쩌려고요? 다음 번엔 이번처럼 운 좋을 거라 장담 못해요.” 지성이 미간을 바짝 좁혔다. 윤서가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윤서는 매우 진지했다. “꼭 가야 돼요, 이 기회에 그 여자 진짜 민낯을 까발려야죠. 박화연이 어떤 인간인지 아빠한테 알려줄 거예요. 사람들 앞에선 관심해 주는 척해도 실은 끊임없이 절 해치려고만 해요. 이번에도 운이 좋아서 벗어났던 거고요. 아직 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