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39장

눈을 부릅뜬 채 돈은 낼 필요 없다는 걸 강조하는 윤서의 모습이 지성을 더욱 역겹게 만들었다. “아버지랑 둘이서 짠 거 아니에요? 내 앞에서 왜 무고한 척이지? 그쪽이 묵인한 게 아니면 왜 나한테 찾아와서 그런 요구를 했을까? 여기 나올 생각도 없었는데 당신 집안사람들이 그런 역겨운 짓을 했다는 걸 생각하니까 내가 좀 궁금해져서 말이야. 아니면 그쪽은 애초부터 나한테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건가?” 윤서는 완전히 웃음기를 잃었다. 수치스러움이 못처럼 박혀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지성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으나 분명 집안사람들과 엮여있다는 건 알아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진짜 윤서의 가족은 아빠 뿐이지 않은가. “집안사람들이 사장님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을 했나 보네요.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거라면 제가 먼저 사과부터 드릴게요, 네? 그런 말씀은 안 하시면 안될까요?” 지성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당신이 뭔데, 무슨 명분으로 나한테 그런 말을 하지? 내 앞에서 이런 요구 늘어놓기 전에, 당신 아버지가 한 말이 우리 가족한테 어떤 해를 끼쳤는진 예상해 봤어?” 처음 보는 지성의 모습에 윤서는 당황해하며 사과를 건넸다. “죄송합니다, 전 정말 무슨 일인지도 몰라요. 정말 죄송합니다......” 지성과 마주 앉아 있는 윤서는 억울하면서도 황당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지성의 태도가 급격히 뒤바뀌었나, 그는 이유도 없이 남에게 분풀이를 할 사람이 아닐 텐데. 하지만 제가 모르는 사이, 아빠가 분명 지성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을 했을 거라는 확신은 짙어져만 갔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윤서가 가까스로 평정심을 되찾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집안사람들 대신 제가 사과드릴게요. 혹시 무슨 일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시잖아요, 저 그동안 병원에만 있어서 다른 사람들 행적을 잘 모르거든요......” 윤서는 지성의 양해를 구해보려 무등 애를 썼다. 지난번 통화 때까지만 해도 분명 좋았는데. 지성이 그때의 좋았던 기억을 조금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