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1장
아마 두 어르신은 미안함 때문에 밥 한끼라도 먹고 가라는 말씀을 하시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허나 할 얘기도 다 끝낸 마당에 더는 이 곳에 머무르고 싶지가 않았다.
강준영이 어르신과 할머니를 안심시켜 드렸다.
“제가 연화 데려다 줄거니까 두 분 걱정 마세요.”
어르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준영이 네가 연화 데려다 줘! 우리가 또 연화한테 민폐 끼쳤네!”
“그래 준영아, 연화한테 잘 얘기해다오. 우리가 미안하다고.”
할머니도 덩달아 강준영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네, 알겠어요.”
이젠 꼴도 보기 싫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들 하선빈과 강현월에겐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
현관문을 나오자 마자 고연화는 마침 손에 흙을 잔뜩 묻히고 들어오는 강명훈과 맞닥뜨렸다.
깔끔한 옷차림에 꼿꼿한 체격을 하고서 손은 흙투성이라니, 아마 또 정원에서 꽃을 심다 온거겠지......
게다가 강명훈은 정원의 꽃들보다도 집안일에 더욱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고연화가 나오는걸 보고 흠칫 놀라던 강명훈이 이내 나긋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가씨 언제 왔어요?”
친부인걸 알면서도 뇌리에 박힌 최악의 인상 때문에 고연화의 말투는 오늘도 쌀쌀맞았다.
“온지 한참 됐는데요.”
강명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가는거예요?”
고연화가 무감하게 그렇다고 대답하곤 강명훈을 빙 에둘러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강명훈이 또 제법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지난 번에 왔을때 봤던 꽃들 말이에요, 꽤나 많이 폈는데 가서 보고 갈래요?”
그 말에 고연화가 걸음을 우뚝 멈췄다.
앞서 정원에서 살다시피 하며 심던 꽃들이 엄마가 제일 좋아했던 꽃이라고 했는데......
이름이 뭐더라, 월광?
마치 어스름한 달빛을 머금은 듯한 하늘색과 회색이 섞인 독특한 꽃이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났다.
엄마의 안목을 그대로 물려받아 서일까, 고연화 눈에도 그 꽃은 그렇게나 예뻐보일수 없었다.
허나 그걸 심은 사람이 제일 싫어하는 친부인것만 생각하면 재수가 없어진다.
하선빈과 정분이 나 엄마를 배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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