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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0장

고연화가 싱긋 웃어보였다. “네, 두 분이랑 사모님 아가씨한테 말씀 드리러 온 건데 때를 잘못 고른것 같네요? 아니면......후에 다시 올까요?” 할머니가 급히 손을 내저었다. “때는 무슨! 방금 할아버지랑 아저씨 언성 좀 높였을 뿐인데, 우리 연화 놀라지 않았나 몰라!” 고연화가 소파에서 아직도 울그락 불그락 씩씩거리는 어르신과 계단 쪽에 서있는 강명훈을 번갈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다 큰 어른이 아직도 아버지 앞에서 언성을 높이세요? 그건 좀.” 평소대로라면 들은체 만체 바로 올라가버릴 강명훈이었지만 상대가 고연화인 탓인지 다시 계단에서 내려왔다. 강명훈이 보기 드물게 고연화를 관심하듯 물었다. “방금 시험 끝났는데 집 가서 쉬지 않고 여긴 왜 온거니? 보니까 현장에서 잠까지 들었던데 어젯밤에 잠 설친 거야?” 고연화가 가볍게 웃어보였다. “아저씨도 라이브 보셨어요?” 강명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두 분이랑 같이 봤어.” “아......” 할머니는 다시 되돌아와 친근하게 고연화를 챙겨주는 아들이 모습에 다소 놀란 눈치다. “연화야, 앉아 어서! 명훈이 네가 안 앉으면 손님으로 온 연화가 부담스러워 하잖아!” 고개를 끄덕인 강명훈이 다시금 소파에 자리 잡으며 나긋하게 말했다. “연화야, 앉으렴.” 소파에 앉아 찾아온 이유를 말하기도 전에 강명훈이 또다시 물었다. “밥은 먹었어? 배는 안 고프니?” “괜찮습니다. 아저씨 저 그렇게 안 챙겨주셔도 돼요.” “정원에 꽃들도 다 폈는데 가서 보여줄까?” 지나친 친근함에 어딘가 모르게 불편해진 고연화가 미간을 찌푸렸다. “됐어요, 꽃 보러 온 것도 아닌데요 뭘.” 곁에 있던 어르신이 콧방귀를 탁 뀌었다. “들었지? 우리 연화는 그런 쓰잘데기 없는 꽃엔 관심도 없다고! 나이도 먹을만큼 먹음 놈이 회사도 뿌리치고 진작에 준영이한테 넘겨주더니 허구한 날 꽃 가지고 난리지! 아비라는 모양새는 1도 없이!” 늘 듣는 잔소리라는 듯 강명훈은 덤덤하니 신경도 쓰지 않은채 그저 그윽한 눈빛으로 고연화를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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