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유일한 한 사람
신해정은 그 자리에 서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가 가장 증오하는 것은 누군가가 할머니를 들먹이며 자신을 위협하는 일이었다. 전생의 비극이 아직도 눈앞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으니까.
박준혁 그 미친 인간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 그는 그녀의 유일한 약점을 정확히 찾아내고는 망설임 없이 그곳에 칼끝을 들이밀었다.
박준혁은 확실히 그녀에게 경고를 던졌다. 이제 더 이상 본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다음번에는 할머니의 시선 밖으로 그를 막아낼 수 있을 만큼 운이 따르지 않을지도 몰랐다.
신해정은 배정빈이 출장을 떠나기 전, 자신에게 맡겨 두었던 그 아파트 열쇠를 떠올렸다.
그때 옆에 있던 오정호가 조금 전의 따귀 충격에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고 걱정스레 다가왔다.
“해정 씨, 괜찮으세요...?”
신해정은 고개를 저었다.
“아저씨, 오늘 있었던 일은 할머니한테 한마디도 말씀하지 마세요.”
오정호는 그녀의 걱정을 즉시 이해하고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계단 쪽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을 할머니한테 말하지 말라는 거니?”
김혜자는 어느새 잠에서 깨어 통통한 고양이를 품에 안고 느릿느릿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신해정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재빨리 몸을 돌려 얼굴에 얌전한 웃음을 걸고는 서둘러 다가가 할머니의 팔을 부축했다.
“할머니, 왜 더 쉬지 않으셨어요. 아저씨랑 이야기한 건요, 제가 다시 신혼집으로 들어가서 살려고 해서요. 할머니 혼자 계시면서 서운해하면 어쩔까 걱정하고 있었어요.”
김혜자는 그 말을 듣고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손녀의 손등을 다정하게 두드렸다.
“해정아, 네가 행복하게 지내면 할머니는 그것만으로도 기뻐. 부부가 될 건데 친정에만 사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지.”
그녀는 말을 하며 거실 쪽을 한 번 훑어보았고, 눈빛에 의아함이 스쳤다.
“그런데 말이다, 준혁이는 어디 있니? 이렇게 오래도록 얼굴도 안 비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