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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전화가 끊기는 순간 서영훈은 이 세상이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적막감이 돌았다. 서울의 옛 거리들은 더 이상 옛날처럼 떠들썩하지도 않았다. 골목 깊숙이 숨어 있는 오래된 악기점은 간판의 페인트도 거의 다 벗겨져 빛이 바랜 상태였다. 서영훈이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백발의 노인이 돋보기안경을 쓰고 먼지가 쌓인 낡은 피아노를 천천히 닦고 있었다. “찾는 사람이 있나요?” 고개를 든 노인은 혼탁한 눈동자로 등등한 기세로 앞에 서 있는 남자를 훑어보았다. 서영훈은 아무 말 없이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사진 속에는 열일곱 살의 온유진이 교복을 입은 채 악보를 끌어안고 있었다. 시원한 눈매 사이로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오만함이 느껴졌다. 사진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노인은 혼탁한 눈에 조금씩 빛이 스며들었다. “아... 그 아이군요. 기억나요. 어떻게 기억나지 않겠어요. 이 계집애, 재주가 참 좋았죠. 그런데 성격이 좀 쌀쌀맞았어요. 그때 항상 여기로 와서 피아노 연습을 하곤 했는데...” 침을 꿀꺽 삼킨 서영훈은 메마른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6년 전, 비 오는 가을밤. 경찰에 신고하신 적이 있으시죠.” 동작이 멈칫한 노인은 오래된 기억 속으로 빠져드는 듯 표정이 다소 복잡해졌다. “그렇죠... 그날 밤 문을 닫으려고 할 때 이 계집애가 뛰어 들어왔어요. 몸에는 피가 잔뜩 묻어 있었고 얼굴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려서는 내 팔을 붙잡고 사람을 구해달라고... 얼른 구해달라고... 골목에 누가 총에 맞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바로 쓰러져 버렸어요. 지금까지도 기억이 나요.” “그다음은요?” 서영훈은 주먹을 꽉 쥐었다. 어찌나 힘을 줬는지 손톱이 손바닥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다음에요? 그다음엔 구급차랑 경찰이 와서 학생을 데려갔죠. 가족들이 와서 물어보거나 본인이 직접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다시는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사 간 줄 알았죠.” 한숨을 내쉰 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좋은 재목이었는데 아까워요.” 악기점에서 나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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