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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서울에서 서영훈은 사람들을 혼비백산하게 하는 살아 있는 염라대왕이었지만 온유진이라는 여자를 위해 무릎을 꿇었다. 나를 쫓아온 첫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부두를 폭파한 뒤 불바다 속에서 내 턱을 잡고 웃었다. “유진아, 네 곁에 설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야.” 나를 쫓아온 두 번째 해, 본인 명의로 된 모든 비리 카지노와 나이트클럽을 정리했다. 이유는 단 한 마디, 바로... ‘우리 집 딸은 피비린내를 못 견뎌’라는 말 때문이었다. 나를 쫓아온 세 번째 해, 납치당한 나는 갖은 고문과 모욕을 당했다. 그러자 서영훈은 눈에 핏발이 선 채 잔인하게 그들을 죽여버렸다. 온 서울 사람들을 숨죽이게 만든 뒤 말했다. “유진아, 그런 일들 나는 상관없어. 나와 결혼해 줘, 전 서울 사람들에게 네가 나 서영훈의 아내라고 당당히 말할 거야.” 하지만 서영훈과의 결혼식 당일 항상 각종 사고가 발생했다. 첫 번째, 서영훈에게 원한을 품은 자들이 갑자기 난입했다. 빗발치는 총알 속에서 서영훈이 나를 밀쳐내 나는 가벼운 상처만 입었다. 두 번째, 교회로 가는 길 웨딩 차량의 브레이크가 고장 나 가드레일에 부딪혔다. 아흔여덟 번째... 서영훈은 항상 내가 다친 후에 안타까워하며 나를 안아 주었다. “유진아, 나만 믿어. 다음번에는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아흔아홉 번째 결혼식은 7일 후로 정해졌다. 하지만 마음이 여전히 불안해 서영훈과 뭔가 대화라도 하고 싶었다. 서재 문이 살짝 열린 것을 보고 밀어젖히려고 할 때 안에서 침착하면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혼식은 다 준비됐어?” “네, 대표님. 소문은 이미 다 퍼졌습니다. 마지막까지 숨어 있던 놈들도 이번 결혼식에서 모두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지켜봐, 이번 시나리오에 한 치도 오차가 있으면 안 되니까.” 시나리오? 문 앞에서 걸음을 멈칫한 나는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비서가 약간 망설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대표님... 온유진 씨를 정말로 사랑하지 않는 건가요? 아흔아홉 번의 결혼식 모두 깊숙이 숨어 있는 원수들을 끌어내기 위한 거죠. 원수들이 나타나지 않더라 해도 대표님은 여전히 각종 사고를 조작해 온유진 씨를 다치게 했을 겁니다.” 다급히 비서의 말을 끊은 서영훈은 약간 조바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닥쳐! 마지막 위험 요소까지 제거하고 나면 다빈이는 완전히 안전해질 거야. 그러면 나도 정정당당하게 다빈이와 함께 할 수 있어. 온유진은... 내가 왜 온유진에게 그렇게 잘해줬다고 생각해? 온유진이 눈에 충분히 띄어야 그 사람들은 온유진에게만 집중할 거야. 그래야 다빈이에 대한 주의력도 온유진에게 돌릴 수 있겠지. 온유진 같은 여자가 나 서영훈의 아내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펑! 온 세상이 순식간에 폭발하는 것 같았다. 비틀거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난 나는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후에야 바닥에 쓰러질 뻔한 몸을 지탱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온 도시가 떠들썩할 정도로 보여줬던 사랑은 계획된 속임수였다. 본인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살아 있는 과녁을 원수들 앞에 내세운 것에 불과했다. 분노, 굴욕, 극도의 배신감에 온몸이 덜덜 떨렸다. 모든 것을 잊은 채 문을 쾅 열어 위선적인 서영훈의 얼굴을 까밝히려 했다. 하지만 손끝이 차가운 문손잡이에 닿은 순간 서영훈이 피식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는 희미하게나마 애정이 담겨 있었다. “온유진, 바보 같은 여자. 너무 나대지만 않았어도 다빈이가 질투하는 일이 없었겠지. 온유진을 납치해, 그래야 다빈이 기분이 풀리니까. 정말 어린 애 같다니까.” 납치, 질투, 어린애 같은 성격... 단지 그 여자의 어린애 같은 성격 때문에 나를 무너뜨리려 했다. 누가 나를 해쳤는지, 왜 해쳤는지 서영훈은 알고 있었지만 웃으며 방조했고 심지어... 애정 어린 얼굴로 그 여자가 장난친다고 말했다. 서영훈에게 남아 있던 감정이 이 순간 모두 사라졌다. 귀에서는 윙윙거리는 이명만 들려 두 사람이 더 이상 뭐라고 하는지 듣지 못했다. 넋이 빠져나간 빈 껍데기처럼 그 자리를 어떻게 떠났는지도 몰랐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강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의 다리 위에 서 있었다. 물속에 비친 지친 여자의 모습을 보자 고통스러웠지만 웃음이 났다. ‘사랑’을 위해 좋아하던 피아노 사업을 포기했고 자존심도 포기했다. 그렇게 천재 피아니스트에서 서영훈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덩굴식물로 변했다.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얼마나 비참한가... 눈물을 닦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휴대폰을 들어 5년 동안 한 번도 걸지 않았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우리가 했던 내기... 내가 졌어, 집에 갈게. 네 바람대로 정략 결혼하자. 그리고 부탁이 하나 있어. 서영훈의 과거에 대해 가능한 한 자세히 조사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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