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임윤우는 드라마 의상을 입은 채 꼿꼿이 서 있었다. 말투는 차분했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힘이 실려 있었다.
“주태준 씨, 양혜린 씨를 놓으세요. 양혜린 씨는 지금 제 작품의 상대 배우이자 제가 존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행동은 양혜린 씨의 업무를 방해하고 촬영 전체에 지장을 줍니다.”
두 남자가 마주 섰다. 한 사람은 고급 정장을 입고 재계의 제왕다운 압도적인 기세를 풍겼고, 다른 한 사람은 단정한 의상을 입은 채 고고한 학자 같은 기품과 단단한 신념을 드러내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촬영장 한복판에서 말 없는 대치가 형성됐고 두 사람의 기세가 맞부딪히며 주변의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했다.
주태준은 양혜린을 바라봤다. 그녀는 몸을 살짝 틀어 거의 반사적으로 임윤우의 뒤쪽 한 걸음 위치로 다가갔다. 전적인 신뢰와 보호를 구하는 그 태도는 독이 묻은 단검처럼 그의 마지막 자존심과 방어선을 무참히 찔러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을 보는 눈빛에는 오직 혐오와 냉담함만이 담겨 있었다.
심장을 꿰뚫는 듯한 통증에 전례 없는 패배감과 공포가 뒤섞여 한순간에 주태준을 집어삼켰다.
그는 처음으로 이렇게 분명하게 느꼈다. 자신이 정말로... 양혜린을 잃었다는 것을.
그것도 자신이 단 한 번도 주지 않았던 존중과 보호라는 방식으로 이렇게 뛰어난 다른 남자에게 빼앗긴 것이었다.
촬영장 대치는 결국 임윤우의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시선과 점점 모여드는 스태프들의 눈길 속에서 주태준이 얼굴을 굳힌 채 손을 놓는 것으로 끝났다.
주태준은 처음으로 ‘여자를 되찾는 일’에서 이토록 철저하고 공개적인 실패를 맛봤다. 그 좌절감은 그를 거의 미치게 만들었다.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분노와 불만이 주태준을 끊임없이 태웠다.
그는 주씨 가문의 자본력을 총동원해 [엣지] 제작진을 다방면으로 압박하려 했다. 투자 철회, 악성 기사 유도, 방영 플랫폼 선점까지...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양혜린에게 자신을 떠나면 커리어가 막다른 길에 몰릴 수밖에 없고 결국 돌아와 매달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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