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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주태준은 오랫동안 말없이 있다가 비서에게 낮은 목소리로 몇 마디를 지시했다. 며칠 뒤, 발신인도 이름도 없는 소박한 포장의 선물 상자가 귀국해 호텔에 머물던 양혜린에게 전달되었다. 양혜린은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보석도 수표도 없었고 단 두 가지 물건만이 들어 있었다. 부드러운 검은 벨벳 위에는 주태준이 청혼하며 건넸던 값비싼 다이아몬드 반지가 조용히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반지 옆에는 희미하게 빛바랜 작고 선명히 찍힌 초음파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사진 뒷면에는 만년필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주태준과 양혜린의 아이, 임신 8주] 양혜린은 그 초음파 사진을 쥔 채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한때 자신의 뱃속에 잠시 머물렀던 작은 생명을 바라보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의도적으로 봉인해 두었던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복잡한 감정과 뒤섞여 밀려왔고 그녀는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다음 날, 밤이 내려앉은 한강은 여전히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양혜린은 홀로 한강 근처를 걷다가 우뚝 멈춰 섰다. 사랑의 시작과 결혼의 파멸을 모두 지켜본 이 강을 바라보며 어두운 밤빛 속 그녀의 옆모습은 고요하면서도 단호했다. 그녀는 상자를 꺼내 반지와 초음파 사진을 마지막으로 한 번 바라본 뒤 망설임 없이 함께 깊은 강물 속으로 던졌다. 풍덩. 가벼운 소리와 함께 반지와 사진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고 모든 사랑과 증오, 집착과 미련 역시 이 한 번의 투척으로 완전히 묻혔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저장한 적은 없지만 너무도 익숙한 번호로 마지막 문자를 보냈다. 단 몇 글자였지만 수년간 이어진 악연에 완전한 마침표를 찍는 말이었다. [이제 끝이야. 잊고 살아.] 양혜린은 그대로 전송을 눌렀다. 그리고 유심을 꺼내 부러뜨린 뒤 그것마저 한강의 물결 속으로 던졌다. 강바람이 그녀의 긴 머리를 흩날렸고 양혜린은 뒤돌아보지 않은 채 주태준과는 더 이상 무관한 오롯이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향해 걸어갔다. 한편 도시 반대편, 텅 빈 아파트에서 주태준의 핸드폰 화면이 반짝 켜지며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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