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공호열이 재킷에 감싸 안는 순간 권예진은 온몸이 굳어버렸다. 머릿속이 윙 했고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
권예진이 고개를 들자 그의 깊고 어두운 두 눈과 마주쳤다.
‘날... 믿는 거야?’
공호열의 잘생긴 얼굴이 얼음장같이 차가웠고 날카로운 두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너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 결과가 어떻든 감수해야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아서 잘 처신해.”
그녀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듯 곧장 오아시스를 떠났다.
그의 뒷모습을 보던 권예진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소파에 주저앉았다.
‘정말 변덕스러워.’
...
그 시각 연정란은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유리창 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거리 풍경을 보다가 권예진 생각만 하면 가슴속에 가시가 박힌 듯 답답했다.
공한무는 올해 102살이었다. 병을 치료한다 해도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아들은 아직 서른도 되지 않았고 앞날이 창창한데 지금 촌뜨기에게 휘둘리고 있고 명예도 더럽혀지고 있었다.
정말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미칠 것만 같았다. 바로 그때 전화벨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한 순간 크게 기뻐하더니 얼굴에 드리워졌던 먹구름마저 싹 사라졌다.
그녀는 통화 버튼을 누르고 다정하게 말했다.
“다윤아.”
“아주머니, 귀국했다는 소리 들었어요. 여행은 즐거우셨어요?”
“말도 마. 모처럼 여행 갔는데 엉망이 돼버렸어.”
연정란이 투덜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난 또 네가 호열이 때문에 나랑 연락하지 않을까 봐 걱정했었어.”
“그럴 리가요.”
김다윤이 상냥하게 말했다.
“나중에 호열 씨와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해도 아주머니에 대한 제 마음은 변치 않을 거예요. 오히려 아주머니가 저희 언니를 더 예뻐하고 저를 싫어할까 봐 걱정인걸요?”
“무슨 헛소리야, 그게.”
연정란이 콧방귀를 뀌었다.
“난 걔를 예뻐할 리가 없어. 걔 주제에 예쁨 받을 자격도 없고. 내가 인정한 며느리는 너 하나야. 내가 살아있는 한 권예진은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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