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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그러니까 돈은 절대 못 주겠다는 말이야?” 장옥영이 이를 악물고 쏘아붙였다. “난 당신들한테 빚진 거 없어요. 골수를 이식해주는 것으로 깔끔하게 다 갚았어요.” 권예진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싸늘한 태도로 강경하게 말했다. 20억을 준다고 해도 장옥영은 만족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20억 원이나 되는 돈을 구할 방법도 없었다.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참지 않을 거야.” “기자한테 연락하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권예진이 잠깐 멈칫하더니 비웃듯 나지막하게 말했다. “호열 씨가 이 모든 일들이 세상에 알려지길 바랄까요?” 김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져도 상관없지만 공호열은 구겨지면 안 되었고 공씨 가문은 더더욱 안 되었다. “너...” 분노가 치밀어 오른 장옥영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권예진, 너 그러다 큰코다칠 수 있어.” 그녀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르신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야. 당장 내일이라도 숨통이 끊어질 수 있다고. 친정이랑 등을 돌리고 시댁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면 그땐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겠어.” 권예진이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내 일이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장옥영은 흠칫 놀랐다. 권예진이 고집도 세고 쉽게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권예진은 더는 듣고 싶지 않아 전화를 끊어버렸다. 시간이 벌써 꽤 늦었다. 장옥영 때문에 자료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쇼핑백에 담긴 옷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쇼핑백이 여러 개나 되었다. 2층. 공호열은 정민욱을 서재로 불러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저번에 본가에 갈 때 권예진이 내가 준 카드로 옷을 샀어?” 그가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지 몰랐던 정민욱은 잠깐 당황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사실대로 말했다. 그러고는 마지막에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대표님, 권예진 씨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허영심이 많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정민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호열이 차갑게 쏘아보았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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