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내가 보기 불편해?
아침 일찍, 심가희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옆눈으로 곽지환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굳이 돌아보지도 인사도 하지 않았다.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녀는 먼저 큰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섰다.
곽지환도 뒤따라 탔고 둘 다 아무 말이 없었다.
엘리베이터 안, 거울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
앞뒤로 선 채 침묵 속에서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소리만 메아리쳤다.
묘하게도 그 정적이 불편했고 참지 못한 쪽은 결국 심가희였다.
“앞으로 도현 씨가 또 우리 집에 오자고 해도 거절해 줄 수 있으세요?”
그녀는 그 난처했던 일을 또 겪고 싶지 않았다.
“내가 보기 불편해?”
곽지환이 되물었다.
“그게 아니라 그냥... 우린 서로 너무 엮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곽지환은 거울 너머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가까워지기 싫다면 방법은 하나야.”
낮고 무심한 목소리였다.
“네가 곽씨 가문에 들어오지 않거나 내가 곽씨 가문을 끊거나.”
즉, 그녀가 곽씨 가문과 인연을 끊든지 아니면 그가 곽씨 사람이 아니게 되든지.
심가희는 그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곽지환은 일부러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었다.
심가희는 거울 속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말끝을 세웠다.
“오빠도 곽씨 가문과 멀어진 거 아니에요? 그럼 저야 더 말할 것도 없죠. 오빠가 저를 보면 피하거나 피해 다니면 되는 거잖아요.”
장남 집이 곽씨 가문과 선을 긋고 살아간다는 건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굳이 극단적인 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곽지환의 입꼬리가 비뚤게 올라갔다.
“넌 곽성 그룹 대표 사모님이라는 타이틀이 아까운 거잖아.”
그 한마디가 날카롭게 가슴에 꽂혔다.
만약 심현 그룹이 없었고 엄마가 아프지 않았다면 그녀가 곽도현에게 이렇게까지 참으며 얽히지 않았을 것이다.
8년의 감정 따윈 아무 의미 없었다.
그는 여러 번 배신했고 그녀는 이미 실망했다.
지금의 그녀는 꼭 광대 같았다.
약혼자가 불성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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