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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마지노선

그 말은 즉 허수정 스스로 마지막 자존심까지 짓밟지는 말라는 뜻이었다. 허수정은 그 말에 웃음이 났다. “넌 나한테 빌게 될 거야. 네 아버지가 이미 하윤슬 씨에게 손을 대기로 결정했으니까.” 강태훈이 확 미간을 찌푸리며 늘 냉철했던 잘생긴 얼굴에 처음으로 놀란 기색이 스쳤다. “뭐라고?” “태훈아, 너는 이미 예전과 달라졌어.” 허수정이 잠시 멈칫했다. “너에게 약점이 생겼어.” 지금 하윤슬이 바로 그의 약점이었다. 사람이란 한번 약점이 생기면 더 이상 무적인 존재가 아니며 곧바로 두려워하는 무언가가 나타나기 마련이었다. 허수정이 떠난 후 안으로 돌아간 강태훈은 하윤슬이 부엌에서 급히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엄마한테 일이 생겨서 가봐야겠어. 같이 밥 못 먹을 것 같아.” “무슨 일인데?” “자세한 건 나도 몰라. 의사 선생님이 전화로 엄마가 자극받아서 심장병이 발작했대.” 강태훈은 순간 허수정이 조금 전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랑 같이 가.” “괜찮아.” 하윤슬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엄마는 아직 널 허락하지 않았는데 지금 깨어나서 널 보면 또 흥분할 거야. 집에서 기다려. 엄마 괜찮아지면 바로 돌아올게.” “그럼 내가 병원까지 데려다줄게.” 강태훈이 고집을 부리자 하윤슬도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어 고개만 끄덕였다. 차가 병원에 도착한 뒤 하윤슬은 작별 인사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강태훈은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린 후에야 상대는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하윤슬 어머니 건드리셨죠.” 강한석은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아들아, 언제쯤 깨달을 거냐? 너와 하윤슬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아? 너희 둘은 어울리지 않아.” “말씀드렸죠. 하윤슬은 제 마지노선이라 건드리지 말라고!” 핸들을 꽉 움켜쥔 강태훈의 손등에 푸른 핏줄이 툭 불거지며 눈동자가 먹물처럼 짙게 가라앉았다. “이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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