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그만 센 척해요
그동안 겨우 버티고 있던 의식이 그 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몸은 본능적으로 믿을 수 있는 존재를 찾아냈고 하윤슬은 그 즉시 강태훈의 품속에 안긴 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녀는 보지 못했다.
평소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그 남자의 얼굴이 얼마나 날카롭고 굳어 있었는지, 또 무표정하던 그의 눈빛에 얼음처럼 매서운 서리가 얼마나 깊게 내려앉아 있었는지를 그녀는 끝내 보지 못했다.
“강, 강 대표님!”
양재호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온몸이 덜덜 떨렸고, 입술은 바짝 마른 채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설마 오늘 이 자리에서, 이런 차원이 다른 인물을 직접 마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이 여자가 무사하길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강태훈의 목소리는 감정의 진폭도, 불필요한 기색도 없이 낮고 담담했다. 하지만 그 차디찬 한마디는 뼛속을 파고드는 살얼음처럼 차가웠고 그 여운만으로도 양재호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꿈은 끝도 없이 길게 이어졌다.
핏빛으로 얼룩졌던 어머니의 투신 현장, 싸늘하고 삭막했던 학교 교실, 그리고 분노로 일그러졌던 진성호의 얼굴까지 모든 장면이 마치 빛바랜 슬라이드처럼 연달아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날카로운 고통이 의식을 깨웠다.
희미하게 찡그린 얼굴로 눈을 뜨자, 하얀 병실의 천장이 시야를 가득 채웠고 눈이 시려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순간, 하윤슬은 누군가 자신의 손을 꼭 붙잡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고개를 조금 더 돌려 바라본 그곳엔, 구겨진 셔츠 차림의 강태훈이 병상에 팔을 괴고 앉아 한 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여전히 단단히 붙잡은 채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설마... 이 사람이 지금까지 병원에 있었던 걸까?’
강태훈은 심한 결벽증이 있는 사람이었다.
항상 단정함을 유지하던 그가 이렇게 구겨진 셔츠를 그대로 입고 있다는 건, 결국 그 모든 시간을 그녀 곁에서 함께 보냈다는 뜻이었다.
잠결에도 찡그려진 그의 미간을 바라보는 순간, 그녀의 마음 어딘가가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이런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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