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우린 이미 혼인 신고한 사이야
어머니가 마음속 깊이 수십 년을 품어온 응어리를 하윤슬은 모를 리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 역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날, 아버지는 가족의 재산을 은밀히 빼돌렸고 어머니를 정신적으로 몰아붙여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그날 밤, 하윤슬의 세상은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아직 어린아이였던 그녀는 무릎을 꿇고 아버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채 울부짖었다.
“가지 마세요, 아빠... 제발 가지 마요...”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딸을 돌아보지 않은 채, 잔인하리만큼 냉정하게 등을 돌리고 떠났다.
그 순간부터 그녀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다른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시간에 하윤슬은 식당에서 접시를 닦고 화장실 청소를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방학이 뭔지도, 쉼이라는 게 뭔지도 몰랐고 남들이 잠든 밤이 되어서야 책상 앞에 앉아 숙제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녀도 그 사람들을 미워했고 억울하고 분한 마음도 가득했다.
하지만 그런 감정보다도 더 컸던 것은 지금 곁에 살아있는 엄마가 있다는 사실과 이 세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 편이 있다는 그 위로였다.
“이 일은 제가 알아볼게요. 엄마가 정말 그 여자가 기어오르는 꼴을 보기 싫다면 괜히 자극받지 말고 마음 다잡아요.”
하윤슬은 이불을 조심스럽게 정리 해주며 어머니의 손등을 부드럽게 두드렸다.
“엄마, 저한테 엄마밖에 없어요.”
그 말에 정선희의 눈가가 벌겋게 물들었다.
“그래, 윤슬아... 너 위해서라도 내가 꼭 살아야지. 꼭 살아야 해.”
어머니를 진정시켜 겨우 잠들게 한 뒤, 그녀는 복도 끝에 조용히 서서 깊은숨을 토해냈다.
문득 담배 한 대가 간절하게 당겼다.
정말 피운다면 이 답답한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릴까, 그게 궁금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곧 생각을 접고 CCTV 조사 결과부터 알아보려던 찰나,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강태훈이었다.
시간을 보니 벌써 저녁 7시였다.
“지금 어디야?”
낮고 차분한 그의 목소리와 달리, 그녀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쉬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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