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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방 안에서는 야구 방망이를 손에 든 건장한 부하 몇 명이 거칠게 하청업자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곧이어 문 너머로 들려오는 고통 섞인 비명을 배경 삼아, ‘까마귀’는 웃음을 터뜨리며 술을 따르던 여자 둘의 허리를 거칠게 끌어안았다. 그때였다. 피범벅이 된 얼굴로 한 부하가 다급히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홀쭉한 얼굴 한쪽은 부어올라 있었고 입가에는 말라붙지 않은 피가 여전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형님... 그 두 계집애가 깨어났습니다!” 까마귀는 그를 흘겨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너 손댄 거냐?” 부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억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게 둘 다 너무 예뻐서 잠깐만 손 좀 대보려다가 그만...” “젠장...” 까마귀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대로 그의 가슴을 발로 걷어찼다. 퍽 소리와 함께 부하는 세 걸음이나 나가떨어졌고, 바닥에 구르며 신음을 뱉었다. “내가 아직 손도 안 댔는데 네 따위가 먼저 감히 손을 대? 이 개새끼가!” 질겁한 부하는 뒷걸음질 치며 변명했다. “형님, 진짜 아직 손도 못 댔습니다. 그냥 살짝 만져보려다 맞았어요...” 까마귀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젖혔다. “좋아, 내가 실컷 즐긴 다음에 넘겨줄 테니까 그때는 죽을 만큼 가지고 놀아. 오늘 밤, 확실하게 끝장을 보자.” 그는 그렇게 말하며 여자의 허리를 휘감은 채 엘리베이터 쪽으로 몸을 돌렸다. 지하 3층. 창고처럼 어두운 공간 한편엔 도박용 테이블 몇 개가 놓여 있었고 스무 명 남짓한 사내들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빈랑을 씹고 있었다. 공기엔 자욱한 연기가 가득해 숨조차 막힐 지경이었다. 그 창고 구석의 작은 방 안. 이하음은 소파 한쪽에 웅크려 앉아 무릎을 껴안은 채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다 내 잘못이야. 괜히 너 쇼핑하자고 불러서...”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있던 주설아는 부드럽게 위로했다. “그런 소리 하지 마. 우린 이미 누군가한테 찍혀 있었던 거야. 네가 안 불렀어도 결국은 이런 일이 벌어졌을 거야.” 이내 그녀도 자책하듯 말을 이었다.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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