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주설아는 온몸을 비틀며 저항했다. 기운 빠진 주먹이 ‘까마귀’의 가슴팍을 연신 두드렸지만 그의 흉포한 웃음소리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 계속 발버둥 쳐 봐. 네가 발버둥 칠수록 난 더 흥분되니까...” 그는 주설아를 침대 위에 거칠게 내던지더니 바로 몸을 던져 덮치려 했다. 주설아는 있는 힘껏 다리를 들어 그를 걷어찼고 ‘까마귀’는 재빨리 그녀의 발목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부드럽고 매끈한 발목이 손안에 잡히자 ‘까마귀’의 눈빛이 더욱 흥분으로 물들었다. 그가 한발 더 나아가려는 순간, 문밖에서 다급한 노크 소리가 울렸다. ‘까마귀’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지금 바쁜 거 안 보여?” 문밖에서 들려오는 청년의 목소리는 긴장으로 떨려 있었다. “보스! 오광이 사람들 데리고 해월포를 포위했어요!” ‘까마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몇 명이나 데리고 왔는데?” “대략... 대략 백 명이 넘는 것 같습니다!” “뭐? 백 명 넘게? 그 멍청한 자식이 미쳤나?” 까마귀는 주설아의 발목을 놓아버리고는 거칠게 몸을 일으켰다. “애들한테 전해! 무기 챙기고 전부 집합하라고!” ... 현재의 강주시는 다섯 개의 재벌 가문과 네 개의 거대 암흑 세력이 존재한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세 개의 암흑 조직만 존재했지만 이후 산골 출신의 우직한 남자 오광이 등장하며 판도가 뒤바뀌었다. 그는 산에서 내려온 거친 사내들을 규합해 화물 운송 회사를 차렸고 단 5년 만에 그는 강주시 전체의 화물 시장을 장악했다. 사실 기존 세 조직 중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오광을 제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선을 넘지 않았고 이익도 철저히 나눴으며 물류 사업 외엔 발을 들이지 않았다. 그 덕분에 다른 조직들도 오광을 굳이 건드릴 이유가 없다고 여겼고 오랫동안 평화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오늘, 오광은 금기를 깼다. 그는 감히 청죽사를 자극한 것이다. ‘까마귀’는 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대체 누가 그놈에게 그런 배짱을 준 거지?” 해월포 거리에는 어느새 청죽사의 조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