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6장 하고 싶은 대로 해요
그녀는 곧 허탈한 척했다.
“지환 씨... 사실은 아직도 민서희 씨를 많이 신경 쓰고 있는 거죠? 민서희 씨가 생명에 위협이 있다고 하니 이렇게 급해하는 걸 보면...”
눈을 지그시 감고 가슴의 불안감을 억누르고 있던 박지환은 곧 답을 했다.
“민서희 걱정하는 거 아니야!”
그도 자신의 긴장감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냉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여자는 죄가 심할지 몰라도 아기는 죄가 없잖아.”
“우리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나도 그런 아버지가 있는 걸 원하지 않고 말이야.”
호진은은 미소를 지었다.
“아기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예요. 지환 씨 말도 맞아요. 민서희 씨가 죄을 저지른 건 맞지만 아기는 무고하잖아요. 그럼 지환 씨는... 그 아기를 남길 거예요?”
“민서희 씨가 생모인데 이 아기를 남기게 되면 민서희 씨가...”
박지환은 얼굴을 흐리며 답했다.
“남기면 뭐 어때?”
“아기를 남겨봤자 민서희는 어떠한 이득도 보지 못할 거고 죽는 것만도 못한 삶을 살게 만들 거야.”
박지환의 불쾌함을 알아차린 호진은은 입가에 웃음을 멈추었다.
“제가... 괜한 말을 했나 봐요.”
“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가볼게요.”
그는 다급하게 병원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박지환의 모습에 호진은은 이를 갈고 있었다.
이건 백인언이 했던 얘기랑 전혀 다르잖아!
호진은은 전화를 걸어 노발대발했다.
“최면술이 백 퍼센트 효과가 있는 거 확실해? 최면에 성공하면 박지환이 나한테 사랑에 빠진다며! 근데 왜 날 내버려두고 수술실에 들어간 민서희를 찾으러 간 건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백인언도 의외였다.
“내가 최면을 건 대상은 실패한 적이 없어.”
호진은은 입꼬리를 올리고 빈정거렸다.
“그럼 내가 박지환을 밀어내기라도 했다는 거야?”
“박지환은 예외의 인물이긴 해. 공을 그토록 들였는데 정신력이 하도 강해 민영매가 없었다면 우리는 기회조차 없었을 거야.”
“그래서?”
백인언이 박지환에 대한 칭찬을 들으려는 목적으로 전화를 걸지 않았던 호진은은 짜증이 서렸다.
“능력이 없으면 정신력으로 핑계를 대지 말지.”
백인언은 화를 내지 않고 차분히 임했다.
“그럴 능력이 없었으면 내가 어떻게 진동연이 심란연한테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을까?”
호진은은 말문이 막혔고 백인언이 말을 이었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져. 뭐든 시간이 필요한 법이야.”
“박지환이 진동연처럼은 아니지만 너한테 남은 감정이 있으니 네가 천천히 다가가는 게 좋아.”
“그리고 민서희는 이제 지켜줄 사람도 없는데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움직여도 되는 거 아니야?”
호진은은 순간 아름다운 얼굴에 어두운색이 스쳐 지나며 눈빛을 반짝였다.
“그래.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어.”
...
박지환이 병원으로 도착하자 중기는 두려움에 떨며 걸어와 직접 죄를 짊어졌다.
“죄... 죄송해요. 대표님. 민서희 씨가 기절한 걸 보고 제가 대표님 명을 어기고... 황급히 이리고 데리고 온 거예요... 제가 죄를 지었으니 저한테 벌을...”
“안에 상황은 어때!”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 박지환은 수술실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중기는 멈칫하다 말을 건넸다.
“중간에 의사가 나와서 상황이 많이 안정이 됐다고 했어요. 아기도... 무사할 거예요.”
박지환은 그 말에 조여오던 마음이 안정이 되더니 입에 담배를 물었다.
공공장소라 불을 붙일 수는 없었지만 그러고 있어야 안심이 될 수가 있었던 그는 자신이 왜 이토록 긴장하는지 그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