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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장 민서희를 속인 사람

흐느끼는 소리에 민서희는 두 눈을 크게 뜬 채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귀가 먹먹해지더니 오장육부가 뒤틀리듯 고통이 전해졌다. 익숙한 목소리...... 그녀의 곁을 따라다니며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던 목소리가...... 다른 사람의 엄마라고? “진짜야? 나 버린 거 아니야? 그런데 왜 그동안 연락도 안 하고, 게다가 병실의 그 장님은 왜 엄마한테 엄마라고 부르는데? 엄마 이제 40대인데 그렇게 큰 딸이 어디 있어? 나한테 언니가 어디 있냐고?” “그게......” 정만향이 머뭇거렸다. 장영미는 화가 치밀어 문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대체 뭔데? 빨리 말해! 똑바로 말하지 않으면 나 정말 엄마와 인연 끊을 거야!” “아니야, 영미야!” 정만향은 고통스럽게 말했다. “사실대로 얘기할게. 그 아이의 엄마는 이미 돌아갔어. 하지만 나와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내가 잠시 그 아이의 엄마가 되어주기로 한 거야. 오늘이면 다 끝이야. 이젠 돌아가도 돼......” 쿵! 민서희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가슴이 아팠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녀는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잊어버렸고 그저 오장육부가 한데 뒤틀린 듯한 고통에 숨조차 쉬기 힘들었지만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민서희, 날 원망하지 마.” 문뜩 박지환의 목소리가 떠오르더니 머릿속에 남자의 준수하고 차가운 얼굴이 다시 그려졌다. 이거였구나. 박지환이 말했던 속죄, 자기를 원망하지 말라고 했던 말...... 이 모든 게 다 이런 뜻이었구나. 모두 민영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구나. 박지환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피에 굶주린 악마이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짐승이었다. 심지어 자기의 친자식도 모질게 죽일 수 있는 냉혈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박지환이 변했다고 착각했다니. 두 사람 사이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입속에 비릿한 피 냄새가 번졌다. 애써 그 남자의 모습을 지워보려고 힘껏 몸부림치는 순간, 손바닥의 상처가 벌어져 피가 배어 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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