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6장 날 그렇게 믿지 못해?

기억 속 에이랑 로고의 꽃잎은 네 잎으로 꽃봉오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 즉 아직 피지도 못했으니 영원히 시들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을 표현한다. 그러니까 임진이 피우는 담배는 에이랑이 아니다? 민서희가 갑자기 왈칵 눈물을 흘리자 엄 의사는 깜짝 놀랐다.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울어요?” 민서희는 주먹을 꽉 쥔 채 몸을 떨며 설명했다. “아니요. 이 브랜드의 담배를 살 수 없어서 갑자기 너무 속상하네요.” 엄 의사가 그녀를 위로했다. “임진 씨 드리기 위한 거 아닌가요? 그런데 마침 임진 씨에게는 이 담배가 있고 게다가 민서희 씨가 길가에서 꽃 한 송이를 따다 주어도 임진 씨는 아마 진심으로 기뻐할 거예요.” 민서희는 눈물을 닦더니 활짝 웃어 보였다. “그러게요. 저 그럼 이만 가볼게요.” “그러세요.” 사무실을 나선 후, 민서희는 비록 마음이 조금은 홀가분해졌지만 여전히 경계심을 풀 수 없었다. 비록 이 담배는 에이랑이 아니지만 오직 이것만으로 그가 박지환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 그저 이 순간만 아닐 뿐...... 그녀는 옷을 들고 벽을 따라 걸었다. 이때 멀리서부터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남자가 다가왔다. 그는 뜨거운 손으로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타이핑했다. “어디 갔었어?” 민서희는 잠시 멈칫했고 임진은 계속 물었다. “세탁실로 갔는데 네가 안 보이길래...... 근데 의사 선생님께 갔던 거야? 어디 아파? 아니면 어디가 불편해?” 임진의 질문에 민서희는 마음이 따뜻해져서 애써 웃으며 말했다. “아픈 건 아니고요. 얼굴이 따끔거려서 나왔던 김에 물어보려고 찾아갔었어요.” “따끔거려? 선생님은 뭐라 하시는데?” “새살이 자라면서 자극받아서 그렇대요.” 그제야 임진은 긴장이 풀린 듯 피곤한 눈빛과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타이핑했다. “서희야, 그러니까 세탁실로 가려던 게 아니고 엄 의사님에게 가려고 핑계 대고 나왔던 거야? 날 그렇게 믿지 못해? 아픈데도 나한테 말 못 할 만큼?” 임진은 속상하기도 서럽기도 했다.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