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5장 그녀의 희망
하지만 너무 빠른 임진의 말투에 민서희는 그저 “넌 줄 몰랐어.”만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뭐가 난 줄 몰랐어요?”
임진은 주먹을 움켜쥐고 시선을 내리깔았다.
“박지환이 그 전화가 너인 줄 몰랐던 건 아닐까? 만약 알았더라면 아마 너 치료받게 해줬을 수도 있잖아. 아무렴 사람이 그렇게 잔인할까?”
민서희는 가볍게 웃어 보였다.
“처음에 나도 그렇게 생각했죠. 어쨌든 2년을 부부로 살았으니 고운 정이 없어도 미운 정은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었어요. 그런데 결국 내가 천진했더라고요. 그때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박지환의 말...... 그건 진심이었어요. 날 지극히 혐오하고 싫어했어요. 만약 내가 그때 기어코 이 사실을 알렸더라면, 그 사람 아마 자기 기분을 망쳤다고 날 원망했을 거예요.”
그녀는 지금까지도 박지환의 말투와 그때의 말 한마디 한마디, 그리고 그 순간 느꼈던 절망들을 모두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박지환은 그의 두 손으로 그녀의 희망을 앗아가 버렸다.
임진은 절망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는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그는 절대 민서희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
짜증을 냈던 것도 사실 그녀에게 미안해서 그랬다.
매일 밤 그는 민서희의 꿈을 꾸었고, 나중에는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됐어요. 이미 1년이나 지난 일이에요. 더 생각해봤자 의미 없으니, 약 가지러 가요.”
임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민서희는 잠시 그의 다정함에 놀랐지만 웃으며 순종했다.
그녀의 눈에는 점점 빛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통에서 미련으로, 이것이 바로 임진이 그녀의 곁을 지키는 목적이다.
약을 가진 후 임진이 말했다.
“먼저 동연이한테 가자. 식재료 다 준비했대.”
“식재료요?”
민서희는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호텔에 있는 거 아니에요?”
“아니, 호텔이 불편하다고 잠시 지낼 집 구해뒀어. 아무래도 안성촌 프로젝트에 신경 써야 하니까.”
“그렇군요.”
민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들의 차는 진동연의 집 아래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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