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2장 강요하지 않아

“그저 더는 엮이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임진은 숨을 고른 뒤 차에 시동을 걸며 고개를 돌렸다. “만약 그것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박지환은 평생 네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을 거야.” 그 말에 민서희는 눈을 크게 뜨고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요?” 임진은 평온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 말대로 윤서아가 박지환 때문에 벌인 일이라면, 네가 박지환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윤서아의 목적이라면, 그 여자는 아마 갖은 수단으로 이 일을 숨기려고 할 거야. 절대 너의 행방을 알 수 없게. 게다가 만약 박지환이 윤서아가 널 납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여자 상황은 더 곤란해지지 않을까?” 민서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임진의 말에 확실히 일리가 있다.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윤서아가 이 일을 숨길 수 있을까요?” 임진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여자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지 마. 그 여자에게는 더 많은 일을 숨길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민서희가 고민하기도 전에 임진이 또 말했다. “그리고 넌 지금 혼자가 아니야. 내가 있잖아. 내가 경찰 쪽에 신분을 누설하지 않도록 잘 얘기해 둘 테니 넌 네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돼. 물론 모든 결정은 네가 직접 하는 거야. 난 널 강요하지 않아.” 민서희는 주먹을 꽉 쥐고 긴 숨을 내쉬었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다. “임진 오빠, 난 경찰한테 사실대로 말하고 윤서아가 벌 받았으면 좋겠어요!” 임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차가운 손을 잡아주었다. “그래, 내가 옆에 있어 줄게.” 임진은 차를 돌려 다시 경찰서로 운전했다.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차가 경찰서의 입구에 멈추었다. 두 사람이 다시 경찰서에 들어서자 아까 그들을 접대했던 경찰은 자기가 잘못 본 줄 알았다. “임진 씨? 민서희 씨? 두 분이 어떻게?” 민서희는 미안한 듯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가는 길에 갑자기 생각나서 돌아왔어요. 절 납치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