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4장 누가 너한테 약 탔어
박지환이 답하기도 전에 민서희가 말을 가로챘다.
“밤새 돌아오지 않은 이유라면 들어볼 테지만 그 여자하고의 관계를 설명하고 싶은 거라면 듣고 싶지 않아요.”
박지환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가슴이 덜컹했다.
“서희야?”
”그럴 필요 없어요.”
신속하게 말을 이은 민서희의 눈빛은 한결같이 부드러웠다.
“오빠를 믿으니까요. 오빠는 절대로 나와 우리 사이의 감정을 배신하지 않을 거고 그 누가 됐든 그럴 만한 이유로 자리를 함께했을 거라 믿어요. 이상한 상상 같은 거 안 하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이러한 결과를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박지환은 오는 길 내내 가슴이 불같이 타올랐었다.
민서희가 제멋대로 의심하다 그를 밀어내고 미워할까 걱정했던 것이다.
수없는 가능성을 추측하기도 했었고 혹시나 철저히 그에게 실망감을 느끼게 되면 무슨 수로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니 초조했었는데 이제와 보니 그녀는 여태껏 그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그러한 믿음으로 인해 눈물을 펑펑 흘리며 그 여자가 누구냐고 고함을 지르고 따지지도 않을 뿐더러 돌아와서 따뜻한 밥을 먹지 못할까 더욱 신경을 썼던 것이다.
그녀를 품에 꽉 껴안은 채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박지환은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서희야, 내가 대체 무슨 복이 있어서...”
분명 죽을죄를 지었고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가도 부족할 자신이 그녀의 아낌없는 사람을 받을 자격은 더더욱 없는 사람이다.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지금 이 모든 일을 성사시킨 자신을 그녀는 굳건하게 믿어주고 있었다.
민서희는 어깨가 뜨거워지자 참지 못하고 물었다.
“임진 오빠, 울어요?”
”아니.”
그녀는 살포시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복에 겨운 사람은 나예요.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한테 가슴을 찌르는 듯한 상처를 입어 삶의 신념을 잃은 인생길이 캄캄한 나를 구해준 게 오빠예요. 오빠 덕분에 나 자신을 위한 삶이 어떤 건지 차츰 알아가게 됐어요. 그러니 오빠를 만난 게 내 행운이에요.”
무슨 기분이 말로 표현이 안 되는 박지환은 그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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