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9장 나 너 좋아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민서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박지환은 자발적으로 빨대를 그녀의 입술에 갖다 댔다.
“미지근한 물이야. 얼른 마셔.”
민서희는 고개를 돌렸다.
“호준 오빠는요? 지금 어디에 있어요?”
눈빛이 어두워진 박지환은 민서희한테 더 이상 감정 기복이 없어야 한다는 의사의 당부가 떠올랐다.
“잘 있어. 걱정하지 마.”
“그 말 못 믿겠어요.”
민서희가 답했다.
“전화해 볼래요.”
“민서희!”
박지환은 거친 숨을 죽이고 미간을 찌푸렸다.
“입원한 몸으로 깨어나가지고 일단 자기 건강부터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니야?”
민서희는 스스로를 조소했다.
“박지환 씨, 이게 다 누구 탓인데요?”
박지환은 말문이 막혔다.
민서희는 이부자리를 움켜쥐었다.
“임산부한테... 어떻게 그런 몹쓸 짓을 해요.”
“뭘 어쩌려던 건 아니야. 그냥... 다른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그랬던 거야.”
민서희는 그 말을 듣자 코끝이 시큰거리고 분노가 차올랐으나 화를 낼 기력조차 없었다.
“그래서요? 확인 다 했어요?”
박지환은 답하지 않았다.
민서희의 두둔에 눈이 멀어 손을 대는 순간 그는 후회막심이었다. 깨끗한 몸이 그녀하고 양호준 사이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걸 반영해 주었던 것이다.
민서희는 재차 비아냥거렸다.
“내가 더러워지면 쫓아냈을 거죠? 아예 길바닥에서 죽게 내버려두고 병원에도 데려오지 않았겠죠?”
“민서희...”
박지환은 깊은숨을 내쉬었다.
“너한테는 내가 그런 사람으로밖에 안 보여?”
옆으로 고개를 젖힌 민서희의 목은 아름다운 곡선을 드러냈고 쇄골은 엄청 여위어 있었다.
“그럼 아니에요?”
자신의 이전 행동을 민서희가 미워할 만하다고 생각한 박지환은 눈빛이 어두워졌다.
“지금은 나도 변했어.”
박지환이 답했다.
“내가 임진으로 살 때부터 모든 게 다 변했어.”
“당신은 임진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어요.”
민서희는 갑자기 두 눈에 불을 켰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력을 써야만이 견딜 수 있는데...
박지환은 무슨 낯으로 그걸 본인 입으로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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