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화 그가 남에게 베푸는 다정함을 보며
오늘은 이나연이 퇴원하는 날이자 그녀가 해성시를 떠나는 날이다. 그녀는 줄곧 자신에게 각막을 기증해 준 고마운 사람의 가족을 만나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또 그 사람의 명복을 빌며 향도 피우고 싶었다.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다시 세상을 볼 수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유성진은 그 사람의 가족은 이미 출국했고 그의 유골 역시 함께 해외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나연은 결국 그들을 직접 찾아가 인사할 기회를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언젠가 다시 돌아오면 그때 꼭 마음을 전할 생각이었다.
박재혁은 숲속에서 그녀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썼고, 심지어 박소윤을 구하려다가 깊은 바다에서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그는 정말 이나연과 박소윤을 위해 너무 많은 걸 감당했고 그래서 이나연은 이제 더 이상 그를 미워할 수 없었다.
사실 이나연은 박재혁과 다시 시작해 보고 싶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수많은 오해와 아픔이 있었지만 그 모든 기억들보다 그에 대한 사랑이 더 컸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다시 시작할 수 없었다. 박재혁이 요즘 보여주는 다정함은 예전의 오해와 죄책감을 보상하려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고 한때 이나연에게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말했던 그는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이나연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박재혁이 언젠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기를, 진심으로 행복하길 속으로만 빌어주는 것뿐이었다. 물론 그렇게 축복해 주면서도 그녀의 마음은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해성 공항에서 이나연은 여러 감정이 뒤엉킨 마음을 꾹 누르고 있었다. 처음 이 도시에 다시 돌아왔을 때만 해도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었지만 이번에 떠나려 하자 왜 이리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걸까. 그 모든 아쉬움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박재혁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이나연은 유성진과도 이미 말을 끝냈다. 그와 자신은 더 이상 연인으로 엮일 수 없다고 했고 유성진도 억지로 그녀를 붙잡진 않았으며 그저 앞으로도 친구로 남아달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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