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2화

오하늘은 잠시 말을 잃었다. “서아야, 갑자기 왜 북극이야? 게다가 도현 씨, 그 통제광이 네가 그런 데 가는 걸 허락할 리가 있겠어?” 윤서아는 씁쓸하게 웃으며 답했다. “도현 씨 허락 안 받아도 돼. 그 사람... 바람났어. 나, 이혼하려고.” “와... 미친놈!” 오하늘은 목소리를 홱 높이더니 욕설을 내뱉었다. “잘했다. 진짜 잘했어. 그런 이기적인 남자한테 더는 미련 가질 필요 없어. 북극 탐험 프로그램, 다음 주 출발이야. 내가 바로 신청해 줄게.” “응.” 윤서아는 통화를 끊자마자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더는 버틸 수 없던 그녀는 침대에 몸을 맡긴 채 잠 속으로 가라앉았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디선가 느껴지는 시선에 윤서아가 눈을 뜨자, 창밖은 이미 환하게 밝아 있었고 침대 옆에는 권도현이 불쾌감이 가득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언제 돌아온 거지?’ “너 아직도 어제 일로 화난 거야?” 윤서아는 몸을 천천히 일으키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그냥 피곤해서 잤어요. 어젯밤엔 안 돌아올 줄 알았거든요.” 권도현은 그녀의 차분한 말투가 낯설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다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고급 브랜드 로고가 박힌 쇼핑백 하나를 침대 옆에 내려놓았다. “그만해, 내가 말했잖아. 하린이는 네 자리를 위협할 존재 아니라고. 지금 인터넷에 전부 하린이 욕이야. 근데 아직도 분이 안 풀렸어?”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지금 모른 척하는 거야?” 권도현은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켠 뒤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 [권성그룹 대표 권도현, 후원 대상 김하린과의 관계 폭로... 아내 윤서아 ‘불쌍’] “이 글 네가 올린 거 아니야? 지금 하린이는 학교에서 완전히 상간녀 취급을 받고 있어. 내가 학교에 사과 자리를 마련했으니까 네가 가서 직접 말해. 우린 이미 이혼한 사이고 하린이는 상간녀가 아니라고. 그 글도 네가 질투심에 퍼뜨린 거라고.” 조사도, 확인도 없었다. 그는 너무도 쉽게 그녀에게 죄를 덮어씌웠다. “이건 제가 한 일이 아니에요. 그럴 만큼 한가하지도 않고요.” 권도현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이 사진, 네가 찍은 거잖아. 너 언제부터 이렇게 거짓말을 하게 됐어?” 윤서아는 고개를 번쩍 들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미 모든 걸 내려놓기로 마음먹었건만 권도현이 김하린을 위해 이렇게까지 나서는 모습을 직접 보자 가슴이 바늘로 찔린 듯 아려왔다. ‘어떻게 하린 씨를 위해서 나에게 이런 짓을 시킬 수 있지?’ 잠시 후, 권도현의 목소리가 한결 누그러졌다. “하린이는 내가 직접 후원한 아이야. 이런 일로 앞길을 망치게 할 순 없어. 나중에 독립하면 그땐 더 이상 상관하지 않을게.” 윤서아는 손바닥을 꽉 움켜쥐고 이를 악물었다. 이 남자에게 더 이상 어떤 감정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네, 좋아요. 다 도현 씨 말대로 할게요. 하지만 연극이라면 끝까지 제대로 해야죠. 그게 하린 씨를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요.” 권도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잠시 침묵했다. 윤서아는 그의 망설임을 보며 일부러 한마디를 덧붙였다. “저희가 위장 이혼이라는 게 들통나서 하린 씨가 더 큰 비난을 받게 될까 봐 무섭지 않아요?” 그 말에 권도현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대로 하자.” 그는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을 이었다. “서아야, 내 말 믿어 줘. 내 마음속에서 네 자리를 대신할 사람은 없어. 나중에... 예전보다 더 성대한 결혼식으로 다 보상할게.” 윤서아는 피하지도 응답하지도 않았다. 그저 영혼이 빠져나간 인형처럼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잠시 후, 그녀는 눈을 꼭 감으며 다짐했다. ‘다음에는 절대 도현 씨와 결혼하지 않을 거야.’ 혹시라도 윤서아의 마음을 바꿀까 두려웠던 걸까... 권도현은 서둘러 이혼 협의서를 준비했고 서명받자마자 그녀를 차에 태워 김하린의 학교로 향했다. 학교 앞은 이미 수많은 기자와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김하린은 하얀 원피스를 입고 단상 위에 서 있었는데 새빨개진 눈은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했다. ... 윤서아가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마음은 놀라울 만큼 평온했다. 윤서아는 그대로 단상 위로 올라가 입을 열었다. “권도현 씨 말씀대로 저희는 성격 차이로 오래전에 합의 이혼을 했습니다. 다만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하린 씨는 이 일과 무관한 제삼자입니다. 온라인에 떠도는 이야기들은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그녀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는 모습은 흠잡을 데 없었다. 아래에서 지켜보던 권도현의 굳어 있던 표정은 그제야 풀어졌다. 그는 곁에 있던 김하린을 감싸안으며 물었다. “이제 기분 좀 괜찮아졌어?” 그러나 김하린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눈물에 젖은 그녀의 눈빛에는 분명한 악의가 깃들어 있었다. “이렇게 말 한마디로 끝이에요? 전 퇴학당할 뻔했다고요!” 윤서아는 그녀의 도발적인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그럼 하린 씨가 원하는 건 뭔데요?” “저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세요.”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